[단독]작년 4명부상 박격포 훈련사고, 軍은 포신 내부 폭발 탓이라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일 18시 51분


[정치의 속살] 부상자들, 조사 결과에 의문제기 나선 까닭은

군 당국이 지난해 4명의 부상자를 낸 박격포 훈련 사고가 포신 내부에서 고폭탄 두 발이 겹치면서 폭발이 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직전 사격에서 고폭탄이 발사되지 않았는데도 포구로 고폭탄을 추가 투입해 사격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군이 사고원인을 장비 결함이 아니라 장비를 운용한 간부와 병사의 실수로 판단한 것인데, 이에 대해 부상자 측은 “군이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1일 군 관계자 등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9월 17일 경기 이천시 81mm 박격포 실사격 훈련장에서 박격포 3문 중 1문의 포신이 내부 폭발로 산산 조각난 시점은 4번째 사격이 이뤄질 때였다. 군은 직전 3번째 사격 당시 문제의 박격포에 고폭탄이 투입됐음에도 발사되지 않은 걸로 판단했다. 즉 포신이 비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고폭탄이 또 투입돼 이른바 ‘더블로딩’으로 내부 폭발이 났다는 것이다.

사고 직후 군은 훈련 전부터 장비가 불량 상태였거나 박격포 노후화로 훈련 도중 손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해왔다. 군이 이 같은 초기 판단을 뒤집은 건 3번째 사격 당시 박격포 3문 중 문제의 1문에서만 포연(연기)이 없었고, 약 1km 떨어진 목표 지점에 2문에서 발사된 고폭탄 두 발만 낙하하는 소리가 청취됐기 때문이다. 당시 포를 운용하는 포반과 관측소(OP) 간부와 병사들이 운용·관측 실패로 사고가 났다는 설명이다. 육군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민·관·군 전문가들이 합동으로 수사를 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및 대검찰청 등 국가 공인기관의 감정결과에 근거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상한 간부와 병사 측은 군의 이 같은 사고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포신 내부에 고폭탄 두 발이 적체된 게 아니라 사고 직전 사격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3번째 사격 당시 OP 인원들은 탄착지에 고폭탄들이 낙하한 것을 관측하고 “전포 명중”이라고 외친 것으로 확인됐다. 또 4번째 사격에서 고폭탄 상단 신관(점화장치)이 목표지점에 인접한 곳에 날아가 폭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상자 측 A 씨는 “‘더블로딩’이었다면 신관이 멀리 날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군이 장비 결함이 아닌, 운용자 실수로 판단한 근거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포신이 부서지면서 중상을 입은 간부는 왼쪽 무릎 뼈가 파손됐고, 오른쪽 대퇴골에 ‘개방성 복합골절’ 진단을 받은 뒤 철심을 박아 재활치료 중이다. 오른쪽 다리에 부상을 입은 병사 한 명도 발가락 접합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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