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망명한 사실이 최근 확인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대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고 “핵무기는 생존의 열쇠라고 믿기 때문에 비핵화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는 계속돼야 한다고도 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핵무기는 북한의 체제 안정성과 직결돼 있다”면서 “북한이 미국과 핵무기 감축을 협상할 용의는 있겠지만 핵무기를 모두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고 CNN방송이 2일 보도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장의 사위다.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관급으로 일하다가 2019년 9월경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탈출했다.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를 CNN이 최근 인터뷰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새로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 인권문제를 소홀히 다루지 말기를 당부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인권문제를 제쳐뒀지만 북한 인권문제는 중요하다. 버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북제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강력한 대북제재가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협상에 나선 것도 대북제재 압박이 효과를 봤기 때문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외교관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가 ‘김 위원장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바라는 게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대북제재 해제가 아니겠습니까”라고 답했다.
그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그는 중동에서 근무하는 동안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 핵 문제를 다루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부통령으로) 이란 핵 문제를 다룬 경험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도 현명하게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망명 한 달 전부터 탈출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10대 딸에게 알린 건 망명 당일이었다. 평소처럼 학교에 가는 줄 알고 자동차에 오른 딸에게 “자유를 찾아서 엄마 아빠와 함께 가자”고 말했다. 딸은 잠깐 먹먹히 있다가 이내 “좋다”고 말했다. 일가족은 바로 쿠웨이트 주재 한국대사관으로 차를 몰고 가 망명을 신청했고 며칠 뒤 한국에 도착했다. 그는 만약 탈출 전 붙잡혔다면 곧장 평양으로 압송돼 처벌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망명 이후로 북한에 남겨진 가족의 안전이 걱정될 뿐이라고 했다. 북한에 83세 노모와 형제자매 3명을 남겨뒀고, 장인과 장모 역시 평양에 살고 있다. 그는 “내가 망명한 탓에 다른 가족이 처벌받는 걸 상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21세기에 봉건적인 연좌제 처벌을 행한다는 게 너무 소름 끼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을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믿는다고 했다. 한국에 온 뒤 딸에게 제일 좋은 것이 뭐냐고 묻자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어 좋다”고 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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