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2일 기자들과의 만남을 자청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식저장장치(USB메모리)에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도 없었다”는 청와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북한 원전 의혹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와 백악관을 오갔던 정 후보자는 “미국에도 USB메모리를 제공했다”고 했다. USB메모리에 담긴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미국과 공유했고, 그 안에는 원전 내용도 없었다는 의미다.
● 정의용 “볼턴에게도 USB 제공”
정 후보자는 북한 원전 건설 제공 의혹과 관련해 “전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가 (북한 원전 건설 제공) 이것을 검토한다는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또 USB메모리에 담긴 내용에 대해 “신재생에너지 협력, 낙후된 북한 수력·화력 발전소의 재보수 사업, 몽골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 슈퍼그리드망 확충 등 아주 대략적 내용이 포함됐다”며 “원전은 전혀 포함이 안 돼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정 후보자는 “판문점 회담이 끝난 직후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에 동일한 내용의 USB(메모리)를 제공하고, ‘신 한반도 경제구상’의 취지가 뭔지 설명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 후보자의 카운터 파트는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만약 원전 관련 내용이 USB메모리 안에 담겨 있었다면 당시 백악관 내의 대표적인 ‘매파’로 꼽혔던 볼턴 전 보좌관이 이미 문제 삼았을 것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정 후보자는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도 우리가 제공한 것과 유사한 내용의 동영상을 제작해 아이패드로 북측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당시 한미 모두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경제 발전을 돕겠다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취지다.
다만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USB메모리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재성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절대 공개해선 안 된다”며 “외교상 기밀문서이고 정상회담 장소에서 건네진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 기록물로 가지 않아 열람도 안 되는 것”이라고 ‘공개 불가’ 방침을 밝혔다. 정 후보자도 USB메모리와 관련해 “내용은 언젠간 공개될거라 본다”면서도 “지금 공개를 하는 건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산업부 문건’ 공개에도 남은 의혹
정 후보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북한 원전 관련 의혹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핵심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작성한 북한 원전 문건이 청와대에 전달됐는지 여부다. 청와대와 산업부 모두 “논의한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산업부 공무원이 왜 관련 문건을 비밀리에 황급히 삭제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 문건에 담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는 문구가 외부와 협업한 정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원전 관련 전직 중앙부처 공무원은 “산업부가 공개한 문건 첫 장에 적힌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쓴 문구는 보통 외부 관계자와 회의할 때 오도되지 않도록 자주 쓰는 문구”라며 “산업부 공무원 이외의 누군가에게 자료를 보여주고 의견 수렴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북한 전력 문제가 왜 거론 됐는지도 관심사다. 만성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의 상황을 감안해 북한 지역 내 기존 발전소 등 전력 설비 협력 방안이 거론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야당은 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 퍼주기’를 시도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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