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잡힌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방식…‘2단계 경선’ 사실상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3일 17시 34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일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제안했던 국민의힘을 제외한 범야권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의 1차 단일화 방안(제3지대 경선)을 전격 수용했다. 국민의힘은 당 후보를 선출한 뒤 제3지대 단일화 경선에서 이기는 후보와 2차 단일화 경선에 응한다는 방침이다. 4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 방식의 윤곽이 잡혔다.

● 安-琴-국민의힘 이해맞은 ‘2단계 경선’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 심판에 동의하는 모든 범야권 후보들이 함께 모여 1차 단일화를 이루자”며 “저희가 범야권 후보 단일화 예비경선 A조라면, 국민의힘은 예비경선 B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단일화의 조건으로 네거티브 없는 경선, 승자에 대한 패자의 공개지지 등을 내걸었다.

금 전 의원도 즉각 성명을 내고 “안 대표의 결단을 환영한다. 말씀하신 조건들은 흔쾌히 받아들이겠다”며 “설 연휴 전에 서울시민 앞에서 치열하게 토론하는 기회를 갖자”고 했다. 두 사람은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단일화 논의를 위한 첫 회동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경선 방식을 논의할 실무협상팀 구성과 토론 일정 등을 조율할 방침이다. 또 다른 야권 단일화 대상으로 거론되던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진영을 위한 ‘지대’ 단일화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면서 “저는 국민의힘이 아닌 진보 진영의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썼다. 조 의원이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노선엔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제3지대 단일화 경선은 ‘안철수-금태섭’ 양자 대결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도 이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 등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만나 ‘2단계 경선’ 방안을 사실상 추인했다. 정 위원장은 회동 뒤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진행 중인 후보선출 과정을 완료한 후에 국민의힘 후보와 제3지대에서 선출된 단일 후보와의 최종 야권 단일후보 단일화 반드시 이뤄낸다라는 데 완벽한 의견 일치를 봤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5일 본 경선에 오를 4명의 후보를 발표한 뒤 1대1 토론 등을 거쳐 다음달 4일 당 서울시장 후보 1인을 최종 선출할 방침이다.

● 두개로 쪼개진 2012년 안철수 대선캠프


안 대표와 금 전 의원 간 제3지대 경선이 성사되면서 2012년 대선에 도전했던 안 대표의 ‘진심캠프’ 인사들이 둘로 쪼개져 한반 승부를 벌이는 형국이 됐다. 당시 금 전 의원은 진심캠프에서 상황실장을 맡아 대선후보였던 안 대표의 핵심참모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당시 캠프에서 미래기획실장을 맡아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도 참여했던 이태규 의원이 현재 국민의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이 의원은 안 대표 측의 경선 협상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김도식 국민의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진심캠프 시절 비서실 팀장을 지냈다. 금 전 의원 캠프에도 진심캠프 민원실장을 지낸 박인복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공보 총괄을 맡고 있다. 안 대표의 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김태형 보좌관도 금 전 의원 캠프에 합류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2단계 경선이 야권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 대표는 최근 ‘입당 없이 국민의힘 경선 참여는 불가능하다’는 김종인 위원장의 선긋기에 가로막혀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금 전 의원 역시 안 대표의 출마선언으로 인해 제3지대에서 존재감이 약했던 상황을 돌파할 수 있게 됐고, 국민의힘은 제1야당으로서 자체 후보 선출 과정을 통한 경쟁력 확보 기회를 확보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복잡했던 야권 단일화 논의가 이제 명확한 구도로 갈래가 쳐쳐 국민 관심도를 높이게 됐다”면서 “제3지대 후보들도 여론몰이를 통해 국민의힘 후보와 맞설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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