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자금서 이란 유엔분담금 대납”
선박 나포, 동결자금 탓 확실해져
배 유지위해 최소 13명은 필요… 풀려난 선원들 귀국시기 불투명
정부가 이란이 체납한 유엔 분담금을 국내에 동결된 이란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약 7조5600억 원) 가운데 일부로 대납하기 위해 미국과 막바지 협의 중인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란이 2일 ‘한국케미’호 선원들을 석방한 데 대해 “밀린 유엔 분담금을 대납하기로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란이 선원을 석방하겠다는 전격 발표의 배경에 유엔 분담금 대납이 있었다는 것.
외교부 당국자는 3일 “동결대금으로 이란의 유엔 분담금을 내는 문제가 거의 해결돼 가고 있다. 어떻게 지불하느냐 하는 기술적인 부분 협의만 미국과 하면 된다”고 밝혔다. 유엔 분담금 미납으로 총회 투표권이 정지된 이란이 투표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최소 1625만 달러(약 180억 원)를 납부해야 하는 만큼 우리 정부가 이 돈을 우선 대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달러화가 미국으로 송금되지 않는 방안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부 정무차관은 2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의 통화에서 선원들을 석방하겠다고 알리면서 “동결대금에 대한 한국의 의지를 다시 보게 됐고 이를 조속히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통화는 우리 측에서 동결대금과 관련한 진전 내용을 알리려고 먼저 요청해 이뤄졌다. 그 자리에서 이란 측이 선원 석방 결정을 알린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이 ‘어떻게 미국보다 미국의 제재를 더 과도하게 지키느냐’며 우리에게 화가 많이 났었다”면서 “우리가 전과는 다른 의지로 동결대금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많이 전달한 것이 선원 석방에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이란은 선박 나포와 동결대금 문제가 별개라고 주장해 왔지만 결국 동결대금 문제에서 진전이 있자 선원을 석방한 것.
하지만 이란은 선박과 한국인 선장은 자신들이 주장한 “환경오염” 혐의를 가릴 사법 절차가 끝날 때까지 풀어줄 수 없다면서 사법 절차가 얼마나 걸릴지 구체적인 일정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란이 이를 한국에 추가적인 동결대금 해결을 압박할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석방된 선원들이 언제 귀국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한국케미’호 선사 측 관계자는 “배를 유지하려면 최소 13∼15명은 남아 있어야 한다. 배와 선장을 풀어줘야 정상 운항을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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