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는 4일 “기본소득은 실행이 불가능하다.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잠룡’으로 꼽히는 정 총리가 대표적인 기본소득 주창자이자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직격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정 총리는 전날(3일) 블룸버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보편적인 기본소득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본소득은 국가나 지자체가 모든 구성원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의미한다. 특히 이재명 경기지사가 ‘필생에 이루고 싶은 정책’이라며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 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경기도민에게 두 차례에 걸쳐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포퓰리즘은 결정권자가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없게 한다”며 “잠시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사람들은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에는 기본소득에 필요한 재원이 없다. 기본소득을 실행하려면 기존의 모든 복지를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큰 계층의 손실 보상을 위한 기금 형성을 제안했다.
한편 정 총리는 차기 대선 출마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북한 문제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훌륭한 정치인이다. 정치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철학을 존경하고, 사람들이 내게서 그런 모습을 본다면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성공하길 바란다”며 “우리가 비슷하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성공한다면 곧 내가 성공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국민은 분열이나 불안정, 대결과 반목을 물리치고 치유와 통합, 또 실용과 포용의 길을 제시한 조 바이든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그게 시대정신”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치켜세운 바 있다.
인품이 온화하다는 평가를 받는 정 총리는 정치인으로서 통합·포용을 강조해왔다. 정 총리가 측근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든이 당선되면 나한테도 좋은 거 아닌가’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바이든 리더십’을 내세워 대선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백신에 관해서는 “우리가 백신 접종을 먼저 시작한 나라들과 비교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해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이룬다는 방침이다.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제재보다 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유엔이나 미국에 의한 대북 제재가 약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제재로 해결할 문제라면 더 강한 제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제재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제재와 관련해 시간을 소비하는 것보다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본에 관해서는 “일본과는 역사적 문제들이 있지만, ‘투 트랙’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외교·국방·협력 등 현재의 중요한 문제들은 함께 노력해야 하고, 역사적 문제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호 이해 아래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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