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퇴진 요구… 김명수는 거취 침묵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6일 03시 00분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성 침해… 수장 자격 잃어” 판사들 잇단 비판
현직 판사 등 임성근 동기 140명… “金대법원장 탄핵해야” 집단성명

야당 항의 방문에 쇠사슬 자물쇠 등장한 대법원 국민의힘 ‘탄핵거래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이 5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찾았지만 보안관리 요원들이 출입구를 막아서자 바닥에 앉아 항의 농성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대법원은 의원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쇠사슬까지 동원해 입구를 봉쇄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야당 항의 방문에 쇠사슬 자물쇠 등장한 대법원 국민의힘 ‘탄핵거래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이 5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찾았지만 보안관리 요원들이 출입구를 막아서자 바닥에 앉아 항의 농성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대법원은 의원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쇠사슬까지 동원해 입구를 봉쇄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현직 판사를 포함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17기 동기 140명이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과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면서 “국회에서 탄핵하자고 설치는데 수리하면 무슨 얘기를 듣겠냐”라고 말한 것이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침해해 탄핵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사법연수원 17기 140명은 5일 A4용지 2장 분량의 ‘판사 탄핵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서를 내고 “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누구보다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해야 함에도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해 법관을 부당한 정치적 탄핵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도록 내팽개쳤다”고 김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또 여권이 주도한 임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에 대해 “몇몇 판결에 불만을 품고 판사들을 겁박하여 사법부를 길들이려고 함이 진정한 이유라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법원 안팎에서도 김 대법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사법부 수장의 거짓말에 구역질이 났다”고 했다. 한 고위 법관은 “무엇보다 정치권으로부터 비난받지 않겠다는 자신의 개인적인 영달 때문에 암으로 고통받는 후배 법관을 희생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고위 법관도 “정치적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을 내던진 발언”이라며 “그 자체로 탄핵감”이라고 했다. 현직 판사들은 비공개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이 국면을 모면하더라도 판사들에게 드러난 민낯은 어떻게 하실 건가”라며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수장 자격을 잃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대법원장이 물러나는 것만이 상처 입은 국민께 속죄하는 최소한의 도리”라며 “대법원장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탄핵안 발의에 대해서는 “부결될 게 뻔해 자리를 유지하는 명분만 줄 것이어서 의미가 없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을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사퇴를 요구하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고, 사퇴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도 침묵했다.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김 대법원장은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듯이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고도예 yea@donga.com·위은지·윤다빈 기자
#퇴진 요구#김명수#거취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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