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연일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물밑에선 공세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만약 김 대법원장이 전격 사퇴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또 한 번 임기 6년의 대법원장을 임명하기 때문이다. 친여 성향의 새 대법원장을 임명하는 이른바 ‘후임 알박기’ 가능성 때문에 야당은 김 대법원장의 사퇴 가능성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7일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법원장 탄핵안 발의나 당 차원 형사고발은 신중하게 의견을 모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도 공개적으로는 “탄핵해야 할 사유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김 대법원장 탄핵을 주장하고 있지만 선뜻 실천으로 옮기진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야당 성향 무소속 의원을 포함해 100여 석에 불과한 상황에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부결되거나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김 대법원장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당 차원에서 꾸린 ‘탄핵거래 진상조사단’을 중심으로 김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이른바 ‘밥상 여론’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 대법원장을 비판하는 여론을 형성해 ‘정권 심판론’을 4월 보궐선거까지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6년인 대법원장의 임기도 주요 고려 사항이다. 2017년 취임한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2023년 9월까지다. 김 대법원장이 임기를 채운다면 2022년 5월 취임하는 차기 대통령이 새 대법원장을 임명할 수 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이 자진사퇴하고 문 대통령이 올해 안에 후임 대법원장을 임명한다면 새 대법원장의 임기는 2027년까지 이어진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들이 2개 정부, 10년 동안 법원을 지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신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현 정부 성향에 맞는 대법원장이 한 번 더 임명되는 건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현재로선 김 대법원장이 자진 사퇴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많다. 국민의힘은 8일 출근길에 주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설 연휴까지 대법원 정문 앞에서 대법원장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1인 피켓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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