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초로 예상되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실시 문제를 놓고 통일부와 외교부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서욱 국방장관은 원론적 답변 이외에 적극 대응을 하지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한미훈련이 진행되면 (북한) 나름의 일정한 반발과 그로 인한 긴장 유발 가능성이 있다”며 “군사훈련 문제가 다시 남북한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도록 좀 더 유연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달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 당시 “남북관계는 근본적 문제부터 풀어나가려는 입장과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우리 측을 상대로 한미훈련과 첨단 군사장비 반입 중단 등을 요구했던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은 앞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서도 한미훈련 실시에 관한 “유연한 해법”을 마련해 남북한 간의 긴장을 피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이 장관의 발언을 놓고 정부 안팎에선 “부적절하다”는 비판과 함께 “남북관계를 담당하는 통일부 장관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란 등의 평가가 동시에 나왔다.
그러던 중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가세했다. 정 장관은 이달 5일 장관 후보자로서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한미훈련은) 계속 실시돼야 한다”면서도 “대규모 훈련은 한반도 상황에 여러 함의가 있다. 적절한 수준의 훈련을 해야 한다”는 말로 사실상 축소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한미훈련은 이미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비핵화를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키리졸브(KR)·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독수리(FE) 훈련 등 대규모 훈련이 연이어 폐지됐다.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한미군사훈련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욱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미훈련에 관한 질문에 “계획대로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한미동맹의 맞춤형 억제전략은 한반도에서 최적화된 공동의 전략”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 않아 ‘원론적 답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현재는 전·후반기 2차례에 걸쳐 연합지휘소훈련(CCPT)이 실시되고 있으나, CCPT의 경우 실제 병력이 동원되는 야외 실기동훈련(FTX)이 아니라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CPX)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군 당국 입장에선 더 이상 ‘축소’할 여지가 없는 형편이기도 하다.
국방부가 CCPT를 “방어적 성격의 훈련”(부승찬 대변인)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한미훈련에 대해 매번 예민하게 반응한다. (훈련 조정 문제를)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이후 이 장관과 정 후보자 등 청와대와 가까운 여권 인사들이 앞 다퉈 ‘훈수 두기’에 나서면서 군 당국도 내심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한미훈련의 다른 한축인 미 국방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한미훈련과 관련해 “한반도보다 군사훈련·연습의 가치가 중요한 곳은 없다. 한반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준비태세를 계속 확실히 갖춰나갈 것”(존 커비 대변인)이란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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