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신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참여 여부에 대해 “투명하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이고 또 국제규범을 준수한다면 어떤 지역 협력체 또는 구상과도 적극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취임식에 이어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중국 견제를 매우 신경 쓰고 있고 쿼드 강화가 언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쿼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고 있는 안보협의체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쿼드를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실질적인 토대로 보고 있다.
취임 첫날부터 나온 정 장관의 모호한 발언에 대해 쿼드 참여에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라는 해석과 중국 견제를 위한 쿼드 참여에 미온적인 기본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렸다. 강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쿼드에 대해 “다른 국가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협력체는 그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정 장관의 발언이 쿼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질문에 “그건 아닐 것이다. 투명성과 포용성 등 원칙이 있으면 협력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의 다른 당국자는 “쿼드는 아직 실체가 불분명한 협의체다. 방향성을 지켜봐야 한다”며 “당장 참여 여부를 말하기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쿼드 참여 4개국이 참여하는 첫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취임 뒤 첫 통화에서 “쿼드 등을 통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증진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인도태평양’과 ‘쿼드’가 바이든 행정부 중국 견제 정책의 핵심 전략임이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상황을 보며 쿼드에 참여할 명분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중국이 쿼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을 무릅쓰고 미중 간 균형외교론자인 정 후보자가 쿼드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정 장관은 이날 “미중 간 이익이 합치하는 부분이 있다. 기후변화나 방역, 한반도 평화 구축 같은 분야에서 우리가 미중 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를 통해 미중 협력을 중재해보겠다는 것이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장관은 “새로운 전략”을 천명한 바이든 행정부와 대북정책을 둘러싼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 “한반도 비핵화 조기 달성은 한미 간 공동의 목표”라면 “(한미 간에) 상이한 의견이 있어도 조율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최근 한미 간에 여러 가지 어젠다가 있지만 한미간에 기본적으로 입장에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며 ”(한반도 비핵화는) 해결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아주 핵심과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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