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검찰권’ 강조한 심재철 취임사에…현직 검사 “이율배반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9일 22시 20분


“정의가 지나치면 잔인하게 되고 오히려 거짓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절차적 정의에 만족해야 한다.”

지난해 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할 당시 근거가 된 이른바 ‘재판부 사찰 문건’을 제보하고,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심재철 신임 서울남부지검장(52·27기)이 9일 이 같은 취임사를 내놨다.

심 지검장은 “우리는 수사를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나쁜 놈에게 벌을 주는, 맘껏 휘두를 수 있는 칼’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본질적으로 인권침해 행위인 수사는 절제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구속을 검사의 실적과 능력 평가의 중요 기준으로 삼아 왔지만, 구속을 실적으로 삼고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모욕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도 했다.

추 장관의 심복으로 불린 심 지검장이 ‘절제된 검찰권’을 강조해 검찰 내부에선 심 지검장이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향후 국회 고발 사건에서 여권에 유리하도록 수사를 지휘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심 지검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무혐의 의견을 내 지난해 1월 후배 검사로부터 면전에서 “당신이 검사냐”라는 비판을 들었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에선 가장 적극적이었던 심 지검장이 절제된 검찰권을 강조하는 것은 현 정권에 우호적인 검사들의 이율배반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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