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무난하게 통과될 줄 알았던 9일 인사청문회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두고 자정까지 곤욕을 치뤘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황희 후보자가 정부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사전입수해 박사논문을 작성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배 의원에 따르면 연세대 A교수가 지난 2017년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로부터 연구 용역을 받아 같은 해 12월 ‘스마트도시 해외사례와 발전방향’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제출했으며 황 후보자도 이달 ‘스마트도시’ 관련 영문 박사 학위 논문을 완성했다.
배 의원은 “국토위를 통해 2000만원이 지급된 연구용역은 사실상 후보자의 논문 대필을 위해 이용된 대가가 아니냐”며 “그냥 표절 논란이 아니고 국회의원의 권력과 국민 혈세를 이용해 학위를 취득하게 된 신종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황희 후보자는 “용역을 준 것은 저도 오늘 알았다”며 “몇몇 도표가 겹칠 수 있지만 논문의 ‘메인 바디’(본문)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황 후보자는 연구결과의 유사성에 대해서 “지도교수가 하니까 생각과 고민이 비슷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연구보고서는 국문으로 작성됐으며 황 후보자의 논문은 연세대 학위논문 내규에 따라 영문으로 제출됐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영문과 국문의 언어 차이로 표절율 분석이 불가능하다며 황 후보자에게 국문 논문 제출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국문 논문을 주면 끝나는 건데 왜 제출하지 않냐”며 “공동으로 논문을 작성한 의혹이 있다”고 거듭 추궁했다.
이에 황 후보자는 “영문으로 쓸 능력이 안 돼서 국문으로 작성해 영문으로 제출했다”며 “ 국문 내용을 폐기했기 때문에 제출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는 정확히 자정에 종료됐다.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기회를 제공했지만, 국민의힘은 황 후보자 의혹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우선 2017년 7월 본회의에 불출석하고 스페인으로 가족여행을 간 사실에 대해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이 부분은 국민께 사과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황 후보자는 “결과적으로 부적절한 처사였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20대 본회의 출석률이 96%”라며 “변명을 드리자면 처음 가족과 해외여행을 갔을 때는 본회의(일정)가 없었다”고 말했다.
매달 생활비를 60만원 사용했다는 의혹, 본인과 배우자, 자녀 명의 은행계좌가 46개에 이른다는 의혹에 대해 황 후보자는 “최대한 아끼려는 마음이 잘못 (언론에) 전달된 것이 아닌가”라며 “60만원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실제로는 학비 빼고 30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해명했다.
이어 “언론에 나온 것(60만원)은 생활비 중에서 집세 빼고, 보험료 빼고, 학비 빼고 그냥 카드 쓴 것 중에 잡힌 것이 720만원이고, 그걸 12개월로 나눈 것”이라고 설명했다.
46개에 달하는 계좌에 대해서는 “예비후보로 두 번 떨어지고 계속 출마를 했다”며 “그러다 보니 계좌 안에 대부분 소액인데, 통장을 쓰다가 1000원, 2000원 있는지도 모르고 새로 발급했다”고 해명했다.
황 후보자의 해명에 야당은 재차 의혹을 제기했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황 후보자의 배우자가 미국으로 유학가면서 학교 대신 어학원을 다녔고, 자녀가 미국의 국공립학교에 다닌 것을 지적하며 ‘편법 조기유학’ 의혹을 제기했다. 또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이어진 유학기간 동안 소요된 비용 2억5000만원 출처도 의심했다.
황 후보자는 배우자의 오피스텔 매각비용 등을 사용했다고 답했지만, 이 의원은 “오피스텔 매각은 2015년이다. 4년간 (비용) 사용출처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미국에서 귀국한 황 의원의 자녀가 자사고 등록금을 납부한 후 입학하지 않고 외국인학교에 등록한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기유학과 외국인학교가 처음부터 계획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원 시절 본회의를 4번 방기하고 가족과 해외여행을 3번 가고, 보좌관과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이에 대한 지출기록이 없다”며 비용문제를 제기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황 후보자가 지난 20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을 맡았을 당시 피감기관이었던 수자원공사 고위 간부 A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총 1000만원의 후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황 후보자는 “후원금을 낸 분의 명단을 단 한 번도 받아보지 않는다”며 “가끔 보좌진들이 ‘50만원에서 100만원 이상 후원한 분에게 인사도 드리고 문자도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후원자와) 연결되기 때문에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외에 황 후보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여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신속PCR검사를 활성화해 해외 관광을 일부 허용하고 국내 공연장을 개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신속PCR검사를 초기부터 할 수 있는 검증시스템이 일반 사용승인을 앞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용승인이 된다면) 아웃바운드(내국인 출국)와 인바운드(외국인 입국)가 가능한 트래블 버블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트래블 버블은 코로나19 방역이 우수한 국가 간 안전막(버블)을 형성해 서로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황 후보자는 또 “신속 PCR검사를 활용해 국내관광 수요를 활성화하는 방안과 함께 문화 공연장, 체육경기장도 개장하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후보자는 이날 최종 발언에서 “저에게 가장 익숙했던 이 공간이 오늘 하루 너무나 낯설고 앞으로 더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배운 곳이 됐다”며 “위원 여러분이 제게 주셨던 질책과 긴장감을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또 다른 동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황 후보자는 “야당 위원님들과 정말 잘 소통할 수 있는 정치 경력을 갖고 있는데, 이 부분들을 꼭 살펴보셔서 제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야당 위원님들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 장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청문회를 마친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황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를 논의한다.
만약 이날 여당 단독으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면 황 후보자는 대통령 임명을 거쳐 박양우 장관 후임으로 문체부 장관 자리에 오르게 된다. 현 정부 들어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되는 29번째 장관급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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