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하루 앞둔 10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가 광주 서구 양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2021.2.10/뉴스1 (광주=뉴스1)
내년 3월 치러지는 차기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동안 물밑 신경전을 벌였던 여권 대선 주자들이 이제는 공개적인 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같은 날 호남을 찾았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을 놓고 또 한 번 충돌했다.
정 총리는 10일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광주를 방문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광주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떠오른다”며 “오늘 광주행은 광주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열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광주시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정 총리는 오후에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투자협약 및 착수식’에 참석했다. 이어 광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양동시장과, ‘광주형 일자리’를 상징하는 광주 글로벌모터스도 방문했다.
이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일정을 마친 뒤 광주, 전남 지역 1박 2일 일정을 위해 호남행 기차를 탔다. 올해 들어 세 번째 광주 방문이다. 이 대표는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과대(한전공대) 부지를 방문해 “내년 3월 (한전공대가) 개교하려면 늦어도 특별법이 금년 3월까지 처리가 돼야 한다”며 “가급적이면 2월 국회 안에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고 밝혔다. 이 대표는 11일에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을 예정이다. 광주·전남 지역의 숙원인 나주공대와 아시아문화전당을 직접 챙긴 것이다.
전·현직 총리의 동시 방문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결국 호남을 잡아야 대선 후보 자리도 쟁취할 수 있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호남의 적자’라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라며 “같은 날 호남을 찾으면 경쟁 구도로 비춰진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정 총리도, 이 대표도 피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전북 진안, 이 대표는 전남 영광이 고향이다. 호남 출신의 한 여당 인사도 “전북, 전남, 광주 전역에서 정 총리와 이 대표 지지자들 간의 ‘조직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또 다른 대선 주자인 이 지사와 임 전 실장은 ‘교황의 뜻’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 지사는 전날(9일) 페이스북을 통해 “교황께서도 기본소득을 지지하며 ‘기술관료 패러다임이 이번 위기나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다른 거대한 문제들에 대응하는데 있어 충분치 못하다는 점을 정부들이 이해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소득은 더 이상 낯설거나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이제는 보다 구체적인 세부 논의로 들어가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가 소개한 내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난해 4월 부활절 서한으로, 당시 교황은 ‘유니버설 베이직 웨이지(universal basic wage)’를 언급했다. 일부 언론은 이를 기본소득이라고 번역했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교황의 언급에 대해 “이탈리아어(語)로 ‘살라리오 우니버살레(salario universale)’, 우리말로 옮기면 ‘보편적 임금’ 또는 ‘보편적 기본 임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의 주장처럼 교황이 기본소득을 지지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임 전 실장은 또 “황송하게도 저의 카톨릭 본명은 (교황과 같은) 프란치스코”라고도 했다. 이 지사는 무교다.
앞서 임 전 실장은 8일에도 페이스북에서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론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를 향해 “시대적 열패의식”이라고 비판한 이 지사를 겨냥한 발언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런 임 전 실장의 행보를 두고 “대선 레이스 참전 선언을 앞두고 지지율 선두인 이 지사를 집중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