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10일 김 위원장 앞에서 공개적으로 당 고위 간부들을 향해 “한심하다”고 이례적으로 질책했다. 조용원은 지난달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상무위원으로 위상이 수직 상승한 이후 이번엔 ‘군기반장’ 역할까지 맡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당 중앙위원회 비서 조용원 동지의 토론’이라는 별도 기사를 통해 10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조용원이 한 발언을 전했다. 신문은 조용원이 “주요 (경제) 계획지표들을 한심하게 설정한 데 책임이 있는 당 중앙위원회와 정부의 간부들을 신랄히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군(일꾼)들이 극도의 소극성과 보신주의에 사로잡혔다. 이는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반당적, 반인민적 행위로 보아야 한다”면서 “당 조직들은 태만하는 일군들을 절대로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노동신문은 조용원이 회의장 연단에 서서 간부들을 질책하는 동안 김두일 당 경제부장이 좌석에서 혼자 일어나 굳은 표정으로 연단을 응시하는 사진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11일 김두일을 임명 한 달 만에 전격 경질했다. 조용원에게서 공개적으로 질책을 받은 다음날 해임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당 대회 때 김두일을 당 경제부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이번 전원회의 그를 해임하고 그 자리에 오수용 제2경제위원장을 임명했다. 당 대회를 통해 경제난 극복 분위기를 살려 보려 했지만 뜻대로 안 되자 경제부장을 갈아 치운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으로 인한 경제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위기감과 조급함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8~11일 진행된 전원회의에 보고된 올해 경제계획에 대해 “그전보다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며 관료들이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경제계획은 “당의 지령이고 국가의 법”이라며 “무조건 수행할 의무밖에 없다”고 간부들을 다그쳤다.
김 위원장이 경제계획의 문제점을 질타하자 조용원이 곧바로 이어 강한 어조로 김 위원장이 있는 자리에서 고위 간부들을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조용원이 김 위원장의 최측근이자 핵심 실세임을 보여준다. 조용원은 11일 설 명절 경축공연에서도 김 위원장 오른쪽 옆자리에 앉아 관람했다. 지난달 당 대회 뒤 열병식에서는 김 위원장,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조용원 네 사람만이 권력의 핵심임을 상징하는 검은색 가죽 롱코트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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