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이상해 보여도 온갖 괴담이 난무하는 원자력발전소 공포. 최근에는 경주 월성원전 부지에서 배출기준을 무려 18배(71만3000베크렐/L)나 초과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여당 대표까지 문제를 제기한 삼중수소 검출 논란은 얼마나 사실에 부합한 걸까. 최성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최소한의 과학적 사실조차 무시한 어처구니없는 억지 주장”이라고 말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라고 하니까 뭔가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물질 같은 생각이 드는데.
“사실 야단법석을 떨만한 물질이 아닌데… 삼중수소는 자연계에도 있고 인공적으로도 만들어진다. 옷은 물론이고 피부도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약한 방사선을 낸다. 방사성 물질 중에서도 가장 순한 놈이다. 야광시계의 숫자나 시침, 분침이 빛을 내는 원리가 삼중수소 때문이다.” (야광시계에도 삼중수소가 있다고?) “기체 상태인 삼중수소를 형광물질로 둘러싸면, 삼중수소가 붕괴하면서 나오는 베타선이 형광물질에 흡수돼 빛을 내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시계 한 개에 보통 삼중수소 2억~3억 베크렐(Bq)이 있다. 영화관이나 건물 복도에 붙어 있는 ‘비상구(EXIT)’ 표시도 같은 원리로 빛이 나는데 1개 당 삼중수소 9000억 Bq이 있다. 오늘 커피 마셨나?” (지금도 마시고 있지 않나.) “그 안에 자연 방사능 칼륨40이 들어있는데, 이걸 삼중수소 방사능으로 환산하면 방사능 농도가 삼중수소 1만3000Bq/L에 해당한다.”
※Bq은 1초에 방사선 1개를 방출한다는 방사능 단위다.
―내가 지금 삼중수소 1만3000Bq인 것을 마시고 있다고?
“콩은 칼륨이 풍부한 음식물이고 칼륨의 0.012%는 자연방사성 물질인 칼륨40이다. 커피콩도 콩이라 칼륨40이 들어있는데, 섭취했을 때 칼륨40은 삼중수소보다 방사선 피폭효과가 340배나 높다. 칼륨40 1Bq은 삼중수소 340Bq과 같은 피폭을 유발한다는 뜻이다. 커피가루에는 칼륨40이 1kg당 900Bq 정도 들어 있는데, 이것을 삼중수소 방사능으로 환산하면 30만 Bq/kg이다. 커피가루 20g으로 만든 진한 에스프레소 원 샷에는 삼중수소 4900Bq에 해당하는 방사능이 들어 있다. 물을 얼마나 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커피전문점 톨 사이즈(355ml)를 가득 채우면 커피의 방사능 농도는 대략 삼중수소 1만3000Bq/L에 해당한다. 국제보건기구(WHO)의 삼중수소 음용수 기준치인 1만 Bq/L보다 30%나 높은 수치다.”
―지금껏 커피를 숱하게 마셨는데 괜찮나?
“커피 속의 칼륨40 방사능을 아주 순한 삼중수소 방사능으로 환산해서 숫자가 커 보일뿐이다. 건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자연방사능 수준이다. 지금까지 커피 마셔서 방사능 피폭으로 건강 상했다는 소리 들어본 적 없지 않은가? 그리고 방사능 기준치라는 게 실제 위험성이 나타나는 방사능보다 100분의 1~1000분의 1로 낮게 잡은 값이다. 또 커피를 안 마신다고 칼륨40이 몸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음식물에 조금씩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측정한 월성원전 주변지역 지하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8~9Bq/L다. 커피 한잔 속의 방사능 농도보다 1300배 이상 낮은 수치이다. 과연 위험한 수준의 방사능일까? 그렇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커피도 절대 마시면 안 될 것 같다.”
―원전 내 지하배수관로에서 검출된 것을 배출기준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는데.
“71만3000Bq/L의 삼중수소가 일시적으로 검출된 곳은 원전 내 터빈건물 지하 배수관로에 고인 물이다. 이것을 배출기준과 비교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원전에서 외부로 물을 배출할 때는 희석해서 내보내고 기준은 리터(L)당 4만 Bq이다. 그리고 실제로 나가는 물 속의 삼중수소 농도는 10~20Bq/L 수준이다. 위험성을 경고하려면 외부로 배출되는 물에서 삼중수소가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를 갖고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이런 식이면 왜 원자로 핵연료봉 내의 방사능 수치로 발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배수관에서는 왜 검출된 건가.) “배수관로의 공기 중에 있는 삼중수소가 축적돼 그런 것으로 보인다. 고인 물인데다 물의 양이 적다보니 농도가 높아진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최근 탈원전 정책에 대한 정부나 한수원 행태를 보면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방사능은 뻥을 칠 수가 없는 게…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별도로 또 측정을 한다. 민간 환경감시기구에서도 쉽게 측정할 수 있고. 매년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원전 주변 지역에 대한 환경방사능 조사를 하고, 그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올린다.” (현 정부 들어 다 한통속이 됐는데….) “정말 한 통속이 됐으면 거꾸로 위험하다고 하겠지…. 측정 자체가 거짓일 수는 없다.” (이해가 안가는 게 아무리 원전의 위험성을 공격하고 싶어도 외부 배출량을 갖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환경단체가 언론에 제보해 불거진 걸로 아는데 환경단체가 그 정도도 모르나?) “참 이해가 안가죠? 그런데 그런 일이 한 두 건이 아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고 했는데….
“누가 써줬는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책임하게 근거도 없는 말을 한 거다. 삼중수소는 자연에 없는 위험한 물질이라고 한 의원도 있으니까. 무식이 빚은 참사지.” (그렇게 무식한 의원이 누구인가?)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다. 탈원전 운동가 출신인데 그런 사람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이니…. 과학자들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말들을 너무 쉽게 한다.”
―아무리 과학적 설명을 해줘도 너무 어려운 분야라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솔직히 방사능, 방사선, 방사성을 구별도 못한다.
“우리 책임이 큰데… 참고로 설명을 하면 불안정한 핵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방사선이다. 방사선을 내는 성질을 방사성이라고 하고. 방사능은 방사선을 내는 능력을 말하는데 방사능이 높다고 하면 방출하는 방사선이 많다는 거다.”
―논란이 커지자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들은 행정·기술 지원만하고 조사는 민간 전문가들에게 맡기겠다고 했는데, 원안위가 그런 거 조사하라고 만든 기구 아닌가?
“그러니까… 이해가 안 가는데… 그런 문제가 있을 때 책임지고 확인 검증하는 책임이 있는 곳이 원안위다. 그런데 검증을 다른 곳에 맡기다니… 그러면 원안위가 있을 필요가 뭐가 있나. 예전에도 그런 일이 종종 있었다. 어떻게 검증하고 조사해도 환경단체들이 못 믿겠다고 하도 하니까 그런 방식이 도입된 건데… 스스로 권위와 신뢰를 버린 거지. 더군다나 전문가 추천도 국내 최대 원자력 관련 단체인 원자력학회에는 요청하지 않았다.” (이유가?) “정확한 건 잘 모르겠다. 아마도 이해당사자라고 본 게 아닌가 싶다. 탈핵단체들의 비과학적인 억지 주장에 좌지우지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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