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사찰 정황이 처음 공식 확인된 것은 2017년 국정원 개혁 발전위원회(이하 개혁위)의 조사 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족된 개혁위 조사를 통해 국정원이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박재동 화백, 명진 스님 등 ‘좌파 성향’으로 규정된 인물들에 대한 사찰 문건을 작성한 정황이 드러난 것. 당시 개혁위의 발표 내용에는 정치인, 문화예술계 관계자, 법조인 등에 대한 사찰 내용도 일부 포함됐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곽 전 교육감과 박 화백 등은 시민단체 ‘내놔라내파일 시민행동’을 만들어 국정원으로부터 사찰 피해를 봤거나 본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모아 국정원에 ‘사찰성 문건’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당시 청구인이 916명에 달했지만 국정원은 국가안보 및 국정원 정보 역량 노출 등을 이유로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곽 전 교육감 등은 국정원의 비공개 결정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국정원은 요청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국정원은 곽 전 교육감과 박 화백에 대한 사찰성 문건 34건을 제공하면서 전담팀을 구성해 비슷한 정보공개 청구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배우 문성근 씨 등 18명이 국정원에 추가로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국정원은 지난달 19일 이 지사, 문 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 주진우 기자,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등 청구인 12명에게 63건의 사찰 관련 문건을 제공했다.
국정원이 김 교육감에게 제공한 문건에는 ‘2009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시로 18대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신상 자료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지난달부터 국정원에 정보 공개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어 이달 초 국정원과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를 통해 이명박 정부 당시 국회의원, 법조인, 언론인 등 1000명 이상의 인사에 대한 동향 파악 문건이 작성된 것이 드러났다.
국정원은 사찰 피해를 당했다고 의심된다며 정보공개를 청구할 경우 사찰 피해자로 확인도면 국가기밀·안보관련 사안, 제3자 개인정보를 제외하고는 관련 문건을 당사자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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