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성 A 씨가 16일 강원 고성군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일대에서 검거되면서 군의 대북 경계가 또 뚫렸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군은 A 씨가 해상으로 남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22사단이 관할하는 이 지역에선 불과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북한 남성이 철책을 넘어 귀순했고 2012년엔 이른바 북한군의 ‘노크 귀순’이 발생했다. 동부전선의 같은 부대에서 경계 구멍이 반복해서 생기는데도 대북 경계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확산되고 있다.
16일 합동참모본부 등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이날 오전 4시 20분경 고성군 민통선 검문소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가 자취를 감췄다. 당시 A 씨는 군사 지역인 인근 해변에서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해당 사단과 협의를 거쳐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5분 대기조’인 작전 병력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다. 침투 경계령인 진돗개는 평시엔 ‘셋’이 유지되다 북한의 침투 흔적이나 대공 용의점이 확실하다고 판단될 때 ‘하나’로 격상된다.
민통선 검문소 일대에서 A 씨가 군 병력에 체포된 건 오전 7시 20분경이었다. 군이 감시자산을 통해 A 씨를 포착하고 신속대응 병력까지 출동했는데도 3시간가량 아무런 제지 없이 전방 지역을 배회한 것. 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A 씨의 행적이 포착된 건 민통선 검문소 CCTV가 전부”라고 했다. 20대로 추정되는 A 씨는 민간인 복장에 북한 말씨를 썼으며 신병이 확보된 뒤 군 당국에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 씨는 관계 당국의 합동신문 과정에서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여 한때 정신이상자일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북한의 특정 지역에서 넘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지상작전사령부와 합동으로 대북 경계 태세에 문제가 없었는지 현장 조사에 나섰다.
22사단은 험준한 산악 지형과 길게 뻗은 해안을 함께 경계하는 부대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 지휘관의 ‘무덤’으로 불린다. 2012년엔 북한군 병사가 최전방 경계부대(GOP) 생활관 창문을 두드린 ‘노크 귀순’이 발생한 이후 군은 철책 등에 감지센서를 부착한 이른바 ‘과학화경계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지난해 11월 북한 남성이 철책을 넘는 걸 포착하지 못했다.
합참이 A 씨가 육상이 아닌 해상을 통해 남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사실로 드러날 경우 동부전선 철책에 이어 우리 군의 해안 경계 시스템까지 무력화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군은 A 씨가 겨울 날씨에 수온이 낮은 바다에 뛰어들었다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보조 장비가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장비에 대한 수색을 벌이고 있다.
군은 해안 경계초소에서 감시카메라, 열상감시장비(TOD) 등 감시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2019년 6월 23사단이 관할하는 삼척항 부두에 북한 어선이 정박한 ‘삼척항 노크 귀순’ 사건이 발생한 지 5일 만에 정경두 당시 국방부 장관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경계태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 씨가 육상으로 남하했다면 최전방 GOP 철책이 3개월여 만에 또다시 뚫린 셈이 된다. GOP 철책에서 민통선 검문소까지 거리는 약 5km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지난해 11월 북한 남성의 ‘월책 귀순’ 당시 문제가 드러난 22사단 지역 내 철책 감지센서 일부 장비에 대한 보수를 마쳤다. 또 올해 50여억 원을 들여 22사단의 과학화경계시스템 장비를 보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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