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헤엄 월남’ 직후 행적도 CCTV에 담겨
군이 밝힌 첫 CCTV 확인 시점 전 이미 3차례 CCTV 포착
북한에서 헤엄쳐 월남한 북한 남성 A 씨가 16일 강원 고성군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인근에서 검거될 때까지 군 감시자산에 총 4차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A 씨가 최전방 경계부대(GOP) 철책에서 약 5km 떨어진 민통선 검문소까지 유유히 걸어올 동안 안일한 경계근무로 인해 3시간 넘게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17일 군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A 씨가 군 폐쇄회로(CC)TV에 처음 포착된 시점은 16일 오전 1시 20분경. 이 때는 군이 민통선 검문소 CCTV에서 최초로 A 씨 남하를 인지했다고 밝힌 시점(오전 4시 20분경)보다 3시간 전이다. 당시 군사분계선(MDL)에서 남쪽으로 3km가량을 헤엄쳐 육지로 올라온 A 씨는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가에 잠수복과 오리발을 벗어뒀다. 원거리감시카메라, 열상감시장비(TOD) 등 해안 감시자산엔 헤엄쳐 오는 A 씨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해안철책의 하단 배수로를 통과했는데, 이날 오전 2시 전까지 CCTV에 A 씨는 총 3차례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A 씨가 통과한 배수로에 일부 훼손된 흔적을 발견했다. 여러 CCTV에 A 씨 행적이 고스란히 담겼는데도 당시 근무자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건 이후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은 감시장비 운용 등 22사단의 경계근무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 검열실의 향후 조사과정에서 A 씨가 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횟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A 씨가 입고 온 잠수복은 검은색 고무 재질의 일반 잠수복이 아닌 어민들이 물속에서 해산물을 채취할 때 입는 ‘머구리 잠수복’이다. 당시 수온은 8도 가량이었고 군은 신장이 큰 편인 20대 A 씨가 3~4시간을 헤엄쳐 남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상에서 부유물은 따로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2시간을 넘게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걸어오던 A 씨가 오전 4시 20분경 민통선 검문소 CCTV에 포착된 뒤에도 군은 대침투경계령인 진돗개 ‘하나’를 오전 6시 반이 넘어서야 발령했다. 이후 오전 7시 20분 검문소 인근에서 검거된 A 씨는 당시 몸에 낙엽을 덮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 안팎에선 이번 사건으로 군 경계태세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A 씨는 차단시설이 훼손된 배수로를 유유히 통과했다. 때문에 지난해 7월 강화도에서 탈북민이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사건 이후 경계시스템이 한 치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시 군은 접경지역 배수로를 점검해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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