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주요 조건들이 빨라야 2025년경 충족될 수 있고,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 등 일부 핵심 조건은 2028년경에야 완비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작권 전환 시점에 대한 미국의 판단이 구체적으로 파악된 것은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2022년 5월)는 물론이고 차기 정부에서도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전작권 전환이 힘들 수 있다는 의미여서 향후 한미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17일 주한미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와 미군 당국은 2014년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의 3대 조건 중 첫 번째인 ‘연합방위를 주도할 한국군의 군사 능력’과 두 번째인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이 2025년경 갖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작권 전환에 따라 한국군이 주도하는 미래연합사령부가 현재 한미연합사 수준의 전쟁 수행 능력을 갖추려면 앞으로 4년 넘게 걸릴 수 있다는 것. 한 소식통은 “충분한 전시 탄약과 한미 양국 군 간 비화(秘話)장비 호환, 피아 식별 시스템 구축 등을 끝내려면 2025년도 이르다는 게 미국의 계산”이라고 전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맞설 한국군의 초기 대응 능력과 한미동맹의 포괄적 대응 능력 가운데 북한의 대량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대북 요격·감시망의 업그레이드 등 일부 핵심 능력은 2028년경이 돼야 갖춰질 것으로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시간이 걸려도 유사시 개전 초 미 증원 전력 도착 전까지 북한의 파상 공세를 저지할 역량을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미국은 보고 있다”고 했다.
‘전작권 전환’ 차기정부도 미지수… 韓美동맹 새 변수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주요 조건들의 충족 시기를 빨라야 2025년경으로 예상하고, 일부 핵심 조건은 2028년경에나 갖춰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되면서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한미 간 갈등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정부 임기(2022년 5월) 내 전환이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이고 한미가 합의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못할 경우 차기 정부에서도 전작권을 한국군으로 넘길 수 없다는 방침을 미국이 고수할 개연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의 3대 조건 가운데 가장 핵심은 ‘연합방위를 주도할 한국군의 군사능력’이다. 16일 주한미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이 조건이 빨라도 2025년경 충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사령부가 지금의 한미연합사와 대등한 수준의 전쟁수행 역량을 갖추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한 소식통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개전 초 미 증원전력 투입 전까지 한국군이 지휘하는 미래연합사가 북한의 파상공세를 확실히 저지할 수 있는지가 조건 충족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충분한 전시탄약과 양국군의 비화장비 호환 및 피아식별 시스템의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고, 이를 모두 갖추려면 앞으로도 최소 4년이 넘게 걸릴 것으로 미국 측은 계산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특히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을 완벽하게 갖추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미국은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전 초 핵 및 생화학 탄두를 장착한 북한의 미사일 대량 공격을 저지하려면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1개 포대와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이 주축인 현재의 한미 요격망보다 더 강화된 방어시스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사드와 패트리엇 포대를 통합 운용하는 내용의 ‘사드 성능 개량’을 진행 중이다. 우리 군도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Ⅱ’를 지난해 말부터 전력화하는 한편 패트리엇 개량과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 전역의 핵·미사일 기지를 감시할 정찰위성 5기도 2024년까지 전력화할 예정이다. 한 소식통은 “이 같은 대북 요격·감시망의 ‘업그레이드’는 2028년경 완료될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중국 견제 기조도 전작권 전환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남·동중국해 군사화 등 중국의 패권 확장에 따른 미중 간 충돌 위기가 고조될수록 전작권 전환의 세 번째 조건(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충족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미 국방부가 전작권 전환은 양국 병력과 국민뿐만 아니라 ‘역내 안보’를 보장하는 차원의 문제이고, 단순히 연합사의 지휘부(사령관)를 교체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다고 거듭 강조한 대목도 이 같은 취지”라고 전했다.
미국은 그간 한국이 전작권 전환의 시급성을 강조할 때마다 ‘급제동’을 걸어왔다. 지난해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환 조건을 조기 구비하겠다”고 서욱 국방부 장관이 발언하자 마크 에스퍼 당시 미 국방장관은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여부에 대해 “(전환까지) 2년 남았다는 추측은 시기상조다. 아직 갈 길이 남았다”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지난달 서 장관이 신년 간담회에서 “재임 기간 중 전작권 전환의 진전된 성과를 내겠다”고 밝힌 다음 날에도 미 국방부는 “조건의 완벽한 충족이 전환의 전제조건이라는 입장은 행정부가 바뀌었다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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