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가정보원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공세 수위를 연일 끌어 올리고 있다. 민주당은 불법 사찰을 “민주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로 규정하며 진상 규명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18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은 국회 정보위원회 의결을 통한 불법 사찰 자료 열람 등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진상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지원 국정원장은 16일 정보위 업무보고에서 “정보위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의결로 요구하면 비공개를 전제로 (사찰 의혹 문건을) 보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바 있다. 12명의 정보위원 중 민주당이 8명, 국민의힘이 4명이다. 민주당은 단독 의결을 통해서라도 문건을 열람해 내용을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원내대표는 또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중대범죄행위를 그대로 덮을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불법 사찰이) 지속되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박 원장의 말을 인용하며 “이게 사실이라면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불법 사찰이 박근혜 정부까지 8년 동안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지속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불법 사찰 대상으로 추정되는 18대 국회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정보 공개를 청구해 받은 사찰 문건을 취합해 추가 대응에도 나설 계획이다. 18대 의원이었던 이석현 전 의원 등은 국정원을 대상으로 한 정보 공개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미 상원을 불법 사찰했는데 해당 의원들이 ‘개인정보니까 그냥 넘어갑시다’라고 하겠느냐”며 “의회와 정보 기관의 일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문제지 (4월) 보궐선거를 감안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이날 국정원이 2011년 본인을 포함한 32명의 당시 야권 지방자치단체장을 사찰한 내용이 담긴 14쪽 분량의 문건을 공개했다. 배 의원은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 인천 남동구청장이었다.
배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종북” “이념 오염” “주민 현혹” “국가 정체성 훼손” 등 표현을 사용하며 야권 지자체장들에 대해 “국정기조에 역행하고 있어 적극 제어 필요”라고 적었다. 배 의원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세세하고 악의적인 내용”이라며 “문건 작성자는 직권남용 소지가 있으며 해당 문건에 등장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형사고발 및 손배소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인사들도 배 의원의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다. 해당 문건의 사찰 대상에 포함된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최고위원(경기 수원시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국정원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며 “문건을 입수하면 공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서울 성북구청장이었던 민주당 김영배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자신의 사찰 관련 자료를 공개하며 “(사찰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깨끗이 정리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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