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심리와 통치 방식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공개됐다.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북한: 독재자의 마음속에’라는 제목으로 15일(현지 시간) 첫 방송을 내보냈다. 김 위원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은 그를 매우 즉흥적이면서도 자신감과 승부욕이 넘치는 인물로 묘사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만난 김 위원장에 대해 얘기했다.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더니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물었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김정은은) 그런 식으로 사람을 시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매우 스마트하다’라는 등의 말로 칭찬을 했다고 한다. 또 트럼프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약속하자 김정은이 매우 좋아했다는 볼턴 전 보좌관의 언급도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도 김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당시 트럼프는 완전한 비핵화 같은 전면 합의를 선호했고 김정은은 제한적인 딜을 주장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김정은의 좌절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다큐멘터리에는 김정은이 하노이에서 만난 트럼프에게 고모부(장성택) 처형을 자랑하듯 얘기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유년기와 스위스 유학 시절에 관한 얘기도 나온다. 김정은 일가 경호를 맡았던 인물은 “(김정은은) 집에 갇혀 살았다. 다른 애들을 못 만났다. 많이 외로웠을 것”이라고 했다. 다큐는 김 위원장에게는 스위스 유학 시절이 노스탤지어(향수)였을 것이라고 전하면서 유학 시절 그의 친구들도 등장시켰다. 김 위원장과 농구를 같이 하곤 했다는 니콜라 코바체비치 씨는 “열정적이었다. 항상 이기고 싶어 했고, 빨랐다. 우리와는 레벨이 달랐다”고 김 위원장을 기억했다. 또 “북한을 자랑스러워하고 자신이 큰 사람이 될 거라고 했다”고도 말했다. 역시 유학 시절 친구였던 조아오 미카엘로 씨는 김 위원장이 집권 초기에 사람을 보내 북한으로 초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미카엘로 씨는 “김정은이 보낸 사람이 내 식당에 와서 ‘(김정은이) 당신을 보고 싶어 한다. 내일 비행기를 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이게 현실인가 싶었다”는 그는 북한으로 가 김 위원장을 만났고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유학 시절 얘기를 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여동생 김여정과 함께 ‘이중 독재(dual dictatorship)’ 방식으로 체제를 유지하면서 현대화도 이뤄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고 다큐는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현대화를 추구하는 정치가(statesman)처럼 행동하고, 김여정은 ‘배드캅’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아버지 김정일이 김여정을 ‘스위트 프린세스(달콤한 공주)’로 불렀다는 설명도 다큐에 나온다. 김 위원장의 아내 리설주를 취재한 한 외신 기자는 “마치 북한의 케이트 미들턴(영국 세손빈) 같았다”고 말했다. 다큐는 세계 172개국에서 43개 언어로 방송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