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11년 만에 중국 주재 대사를 교체했나 [정치의 속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9일 2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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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대사에 ‘무역통’ 리룡남…‘김정일 최측근’ 리명수 조카
코로나19 이후 북·중 교류 활성화 포석
중국도 이달 6년 만에 주북한 대사 교체

북한 외무성이 주중 북한대사에 리룡남 전 내각 부총리(61)를 임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전임 지재룡 대사(79)가 주중 대사를 맡은 지 11년 만의 교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경이 봉쇄되고 북·중 교역도 사실상 중단된 이 시기에 대사를 교체한 걸까.

먼저 리룡남에 대해 알아보자. 리룡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이자 김정은 집권 이후 인민보안상(경찰청장 격), 군 총참모장을 지낸 리명수의 조카다. 1994년 싱가포르 주재 경제담당 서기관을 시작으로 주로 무역성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장관급인 무역상·대외경제상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정치국 후보위원 겸 내각 부총리에 올라 대외경제를 담당했다.

‘무역통’ 리룡남을 중국에 투입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북·중 교류 활성화에 대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북·중 무역과 중국인 관광 재개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이자 최대 교역국인 중국 대사를 맡게 된 리룡남의 임무는 분명하다. 바로 북·중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경제난을 타개하는 것.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올해는 북한에게 코로나19 출구전략 차원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리룡남은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에 맞게 북-중 경제협력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올해는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중국은 올해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을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북한에게 올해는 중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코로나19로 국경을 스스로 닫은 북한이 자력갱생을 외치고 있지만 외부, 특히 중국의 지원 없이 장기적인 발전을 이루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이 지난달 ‘중국통’ 김성남을 당 국제부장에 임명한 데 이어 리룡남을 대사로 중국에 보낸 것은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과 밀착을 강화하는 차원이란 분석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최근 중국도 북한 주재 대사를 리진쥔(李進軍·64)에서서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 출신 왕야쥔(王亞軍·51)으로 6년 만에 교체했다. 북-중 양국이 같은 시기 대사를 교체한 것은 올해 북-중 협력의 새로운 국면을 열기 위한 사전작업으로도 볼 수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가 진정될 경우 올해 중국 공산당 창립기념일(7월 1일) 전후로 김정은이 다시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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