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막판 쟁점이었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가능하게 한 것은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지역 민심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의 강한 요구로 가덕도 특별법과 ‘대구 신공항 특별법’을 연이어 심사해 수십조 원에 이르는 국책사업을 정치 논리로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가 19일 의결한 가덕도 특별법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필요할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국가재정법 제38조 1항에 따르면 총 사업비 500억 원 이상, 국고 지원 300억 원 이상인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예타가 의무적이지만 가덕도 신공항에는 예외적으로 면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사전타당성 조사는 일부 간소화하고 환경영향평가는 절차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예타 면제를 특별법에 명시하면서 여야는 절차는 지키고 사업 추진에는 속도를 내는 ‘실속’을 챙기게 됐다. 당초 여야가 각각 발의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는 모두 예타 면제 조항을 담겼지만 정부가 난색을 표했다. 17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예타 면제가 무산되는 쪽으로 논의가 흘러가자 민주당 지도부는 당 소속 위원들에게 ‘예타 면제’를 관철할 것을 당부했다. 국민의힘 부산경남 지역 의원들도 이에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날 7시간에 걸친 법안소위에서는 김해신공항 건설계획 폐지를 특별법 부칙에 명시할지 여부를 놓고도 진통을 겪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해신공항 건설을 법적으로 중단하지 않으면 가덕도 공항 건설이 원만하지 않다”며 부칙 명시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역 야당 의원들 중 일부는 “대구 신공항 특별법의 무조건 통과를 약속하는 확약서를 써달라”고 주장하면서 회의가 지연되기도 했다. 결국 여야 의원들이 김해신공항 백지화 근거를 명시하고 대구 신공항 특별법 심사에 합의하면서 법안이 소위를 통과했다.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특별법 형태로 못 박으려는 것은 선거를 앞둔 부산민심을 잡기 위한 측면이 크다. 특별법으로 규정하면 사업 추진 도중에 정권이 바뀌더라도 되돌리기 어렵게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이후 싸늘해진 지역 민심을 반드시 잡아야한다”면서 “부산시민들에게 174석을 가진 여당이 법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확실한 공약”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부산시장 선거에서 여당과 경쟁하는 국민의힘 부산 지역 의원들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찬성하면서 결국 여야 합의로 26일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구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무리 선거가 급하고, 공항이 필요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며 특별법 추진에 우려를 표했다.
이런 양당의 움직임에 정의당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제발 이성을 찾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선거를 앞두고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이 수 십 년째 우려먹은 토건 개발 공약을 흔들며 칼춤판을 벌이고 있다”며 “세금이 거대 양당이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라고 있는 돈이냐”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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