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부동산 선거’를 방불케 한다. 집값 폭등과 임대차3법 처리에 따른 전셋값 상승, 재산세 인상 등이 여권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면서 여당 후보들은 “나는 해결할 수 있다”며 ‘처방전’을 들고 나왔다. 반면 야당 후보들은 “서울의 주택정책을 전면 재수정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리얼미터가 13, 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서울시장이 직면할 주요 현안’에 대해 “주거 및 부동산 시장 안정화”(36.6%)가 가장 높게 나타날 만큼 부동산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 어느 때보다 높다.
집값 상승의 영향으로 후보들의 대표 부동산 공약엔 모두 ‘공급 확대’ 방안이 담겨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공공주택 공급 물량 확대, 야권 후보들은 민간이 주도하는 공급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향후 5년간 공공주택 30만 호 공급, 우상호 후보는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덮고 역세권 고밀 개발을 통해 공공주택 16만 호 공급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는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어 민간 주도로 공급량을 늘려 향후 10년간 7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오세훈 후보도 5년간 36만 호 공급 등 현실적인 수치를 제시하되 공급 속도를 빠르게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민간 주도로 5년간 주택 74만6000호를 공급하겠다고 해 가장 많은 공급 물량 수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후보들은 적게는 16만 호부터 많게는 74만 호 넘게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약한 것에 대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7년간 조성된) 1기 신도시(경기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등)에 조성된 물량을 모두 합하면 29만2000호”라며 “서울 시내에 주택을 몇 십만 호 짓겠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취임하는 서울시장 임기가 1년 2개월가량 남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선 또는 3선까지 성공해야 이룰 수 있는 최대 목표치를 나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약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박 후보는 ‘35층 층고 제한’ 규제를 풀고 강남 재건축, 재개발을 허용하겠다고 밝혔고, 우 후보도 역세권 지역을 중심으로 용적률을 완화하고, 개발이익환수를 전제로 강남 재건축을 허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나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비롯해 부동산 재산세 50% 감면, 오 후보는 용적률과 층고 제한 규제 완화를 내걸었다. 안 후보는 한 발 더 나아가 일정 기간 이상의 무주택자에 대해 규제지역이라도 주택담보대출(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장 권한을 벗어나는 공약의 경우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 실현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서울시장 권한으로 용도지역 변경은 가능하지만 용적률 변경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일부 공(公)약은 사실상 공(空)약에 가까운 내용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원 마련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교통량이 많은 곳을 지하화 하거나 복개하고, 도심을 집중 개발하는 사업의 경우 막대한 공사비가 필요한데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 등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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