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대북 경계 실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군 당국이 해안경계 임무를 해경에 넘기기 위한 세부 계획을 올해 안에 수립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논의가 시작됐으나 계속 미뤄지던 ‘해안경계 임무전환’ 논의가 현 정부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것. 현재는 군이 해안경계를 전담하고 해경은 해상에서 밀입국 단속 등 일부 임무만 수행하고 있다.
22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과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말 해안경계 임무를 군에서 해경으로 전환하기 위한 내부 정책추진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군은 북한의 위협, 지형 여건, 해경의 임무수행 능력 등 3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대로 해경이 해안경계 임무를 넘겨받는 것을 전제로 해경의 경계 범위와 이를 위해 필요한 전력 등 로드맵을 올해 안에 마련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해안경계 임무전환 논의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시작됐다. 이어 2017년 박근혜 정부에선 북한의 도발 상황을 고려해 시점을 무기한 연기하고 3가지 조건이 충족된 뒤에 임무 전환을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국방부는 “로드맵 작성을 준비하고 있으며 세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북 경계 계속 뚫리는데… ‘해안경계 임무, 軍→해경 전환’ 가속
군 당국이 올해 안에 해경에 해안경계 임무를 넘기는 세부계획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과거 정부 때부터 계속 미뤄져온 관련 논의를 더 이상은 늦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해안경계 임무의 주체를 군에서 해경으로 전환하는 군 내부 ‘로드맵’이 구체화되면 이르면 내년부터 군과 해경 간 협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16일 ‘오리발 귀순’으로 해안경계가 뚫리는 등 대북 경계 실패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병력이나 장비 등 해경의 경계 역량을 군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과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군 내부 회의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 해안경계 임무 전환의 핵심은 ‘장비의 첨단화’다. 북한의 위협과 지형여건, 해경의 임무수행 능력 등 3가지 전환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군은 경계 작전의 개념과 규모를 확정하고 전환에 따른 경계 병력 감소를 보완할 인공지능(AI) 기반의 첨단장비를 도입해 전환 시점이 됐을 때 이를 해경에 인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해안경계 임무 전환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각 군과 해경, 민간 연구기관의 의견을 수렴한 후 로드맵을 작성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련 세부계획이 구체화되는 대로 해경이 맡게 될 경계 범위를 확정하거나 필요한 첨단장비 도입 등의 절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군은 과거 정부에서 분석한 전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할 때 2025∼2028년경은 돼야 해경에 해안경계를 맡길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안경계 임무 전환 논의는 15년 전인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와 병력 감축 기조로 향후 군이 해안경계를 전담할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판단에 따라 2012년 전환을 목표로 추진됐다. 하지만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안보 여건이 악화돼 이명박 정부 때 2014년으로 전환 시기가 조정됐고 이후 2016년으로 한 번 더 연기됐다.
박근혜 정부 때는 2021년 전환으로 계획을 다시 늦췄다가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등에 따라 2017년 전환 시기를 무기한 연기하고 3가지 전환 조건을 충족하면 전환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현재 군은 이 조건들을 바탕으로 해경과 논의를 하되 올해 안에 전환 로드맵을 마련해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북 경계를 위해 2010년대 중반부터 도입된 과학화경계시스템 등 장비 첨단화에 기댄 나머지 경계 실패가 반복되는데도 군 수뇌부가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 ‘삼척항 목선 귀순’부터 지난해 ‘태안 밀입국 보트사건’ 등 해안 경계 허점이 드러날 때마다 장비를 점검하고 근무태세를 다잡겠다고 군이 약속했지만 경계 실패는 재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현재는 경계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이뤄지는 임무 전환 논의는 ‘아직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군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경계임무를 작전·근무 역량과 규모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로 평가받는 해경이 맡을 경우 자칫 대북경계에 구멍이 커질 수도 있다는 것. 강 의원은 “시간에 쫓겨 임무 전환을 추진할 경우 심각한 ‘경계 공백’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첨단화된 최전방 경계시스템도 뚫리는 상황에서 임무 전환은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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