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사단 관리하는 철책 하단 배수로 미포함
목함지뢰 추정 부유물 떠있자 관리도 안 해
내륙 쪽 배수로 구멍 있었지만 상가용 추정
강원 고성군 해안으로 들어온 북한 남성은 해안에 있는 배수로를 통해 내륙으로 진입했다. 해당 부대는 이 배수로가 존재하는지 자체를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가 23일 발표한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귀순자는 오전 1시5분께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헤엄친 뒤 오전 1시40~50분께 해안철책 아래 배수로를 통과해 철로와 7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했다.
배수로 방비가 제대로 돼있었다면 귀순자를 철책 밖에서 붙잡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남성은 별 어려움 없이 배수로를 통과해 내륙으로 진입했다.
귀순자가 통과한 배수로는 동해선 철도 아래 콘크리트 방벽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름 90㎝에 길이 26m인 이 배수로는 방비가 제대로 돼있지 않았다. 해안 쪽으로 나있는 구멍에 붙은 차단막은 녹이 슬어있는 등 훼손돼있었고, 내륙 쪽 구멍에는 아예 차단막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군이 이 배수로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점이다.
군은 지난해 7월 강화도 월북 사태 후 전국 각지에 있는 철책 배수로를 점검했는데 이 과정에서 고성군을 맡은 22사단이 파악한 관할 배수로는 45개였다. 이번에 뚫린 배수로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배수로 부근은 바다에서 떠내려 온 부유물들이 쌓여있는 곳이었다. 북한이 설치했던 목함지뢰 등이 해당 구역으로 떠내려 왔을 가능성도 있어서 해당 부대는 이곳에 배수로가 있을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해당 부대는 내륙 쪽에 배수로 구멍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관리를 소홀히 했다. 군 관계자는 “안쪽에도 관이 있다. 현장 간부들에게 봤냐고 했더니 안쪽은 봤다고 했다”며 “그런데 왜 관리 못했냐 하니 인근 상가에서 나오는 오수가 흐르는 관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해당 부대의 배수로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군 관계자는 “해당 배수로는 상당한 시간 전에 설치돼있었는데 경계부대들이 교대하면서 인수인계가 안 됐을 수 있다”며 “현재 부대는 배수로 존재를 모르고 관리도 안 됐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강화도 연미정 사건 이후 확인했어야 하는데 관리 부분에서 과오가 있었다”며 “지형적으로 배수로가 안 보이는 지역도 물의 흐름이 있겠구나 짐작할 수 있는데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합참은 “강화도 연미정 상황 이후 강조된 수문과 배수로 일제점검, 근원적 보완대책 강구 지시에도 불구하고 시설물 관리에 부실했음을 확인했다”며 “이번 사례를 통해 식별된 문제점을 기초로 과학화 경계체계 운용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와 수준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보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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