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40%’와 ‘레임덕’의 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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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2월 27일 0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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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이 26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 뉴스1
한국갤럽이 26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 뉴스1
“절름발이 오리라는 뜻으로, 임기 종료를 앞둔 대통령 등의 지도자 또는 그 시기에 있는 지도력의 공백 상태를 이르는 말.”

최근 들어 레임덕이라는 단어가 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레임덕이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느냐와 별개로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제 정국을 평가할 때 한 번씩은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다.

◇野 ‘VIP말 안듣는 與’…“이게 레임덕”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6일 CBS라디오에서 “대통령은 중대범죄수사청을 사실 속도 조절하라는 맥락으로 이야기했는데 더불어민주당 강경파들은 이를 밀어붙인다.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과거, 즉 정권 초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지금 여당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이를 레임덕의 전조로 봤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올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발단은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지난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발언에서 촉발됐다. 유 실장은 “문 대통령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던 날 속도조절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들은 민주당 김태년 운영위원장은 “대통령의 정확한 워딩이 ‘속도 조절하라’고 말한 것은 아니잖나”라고 반문했고, 유 실장은 “정확한 워딩은 그게 아니었지만, 그런 의미의 표현을 하셨다”고 했다. 논란 끝에 유 실장의 속도조절 발언은 회의록에서 삭제하기로 했지만, 이미 한번 내 뱉은 말이다. 이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문 대통령은 이미 속도조절을 지시한 것이 됐고,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주류로 분류되는 김경수 경남지사 등은 오히려 대통령의 지시와 반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른바 청와대와 여당 간 ‘충돌 프레임’으로 짜여졌다. 야당은 이런 현상을 임기 말 전형적인 레임덕이라고 보는 셈이다.

◇與, “무슨 소리냐 지지율이 40%인데”

여당에서는 레임덕이라는 용어 자체를 불쾌한 듯 반응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40% 중반을 넘나드는데, 레임덕이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 레임덕을 위해 일부 언론과 야당이 한 마음으로 주문을 외우고 있는 격”이라고 쏘아붙였다.

또 다른 친문 의원은 27일 뉴스1과 통화에서 “어떻게 그(수사청) 문제가 레임덕으로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만약 문 대통령이 개혁하자고 할 때 당이 개혁 못하겠다고 해야 레임덕인데, 지금은 더 개혁하자는 쪽과 조금 천천히 하자는 쪽에서 말이 나온 것이다. 오히려 문 대통령이 수사청을 설치하자고 했는데, 당이 지금 선거가 있는데 뭔 소리냐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면 그게 바로 충돌이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민주당 비주류 의원도 레임덕을 바라보는 시각은 주류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한 비주류의 재선 의원은 “레임덕은 차기 권력이 보이고, 그 권력에 (정치인들의) 줄대기가 시작될 때”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미래 권력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의원들의 줄대기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레임덕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또 “레임덕은 결국 정부의 문서로 보여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 부처의 국장이나 과장급 인사가 차기 권력 쪽으로 정보(문서)를 제공하는 일이 빈번해지기 시작할 때 권력이 이동했다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를 극복하려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여전하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레임덕 아직 아냐” vs “노화 올 수밖에 없어”

지난 26일 발표한 한국갤럽의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는 긍정이 39%, 부정이 52%로 집계됐다. 앞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5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서는 긍정이 47%, 부정이 44%를 기록했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볼 때 일단 레임덕이라고 진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여론조사 수치로 레임덕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한다면 결국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당의 지지율보다 떨어질 때라고 할 수 있다”며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낮아지면 정당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대통령이 (정당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지기 때문에 내부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갤럽의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발표 당시 민주당의 지지율은 36%였고, 4개 여론조사 업체가 발표한 조사에서는 35%로 모두 대통령의 지지율이 당보다 높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세분석실장은 “레임덕도 일종의 노화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건강하게 노화를 맞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노화의 양상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반드시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당이 청와대를 누르려고 하는 것이 이번에 벌어진 현상”이라며 “결국 노화라는 것이 가벼운 관절부터 오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순간 심장쪽부터 오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나는 레임덕이 없는, 아니 없을 수도 있는 최초의 성공한 대통령으로 문 대통령이 역사에 기록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퇴임할 때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민주당의 지지율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초반 (광우병 쇠고기 사태로) 무너졌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르고, 오히려 일정정도 콘크리트 지지층에 의해 유지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시한 측면이 있다”면서 “여기에 코로나 대응에 신뢰를 얻은 독특한 외부 상황이 맞물려 있어 역대 대통령들과는 다른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어떤 식으로든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셈이다. 레임덕은 올 수 있고, 또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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