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 이상없나!” 질문 던지는 전시작전권 ‘환수’ 논란 |
한국전쟁 중에 유엔에 넘긴 작전통제권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뒤 1950년 7월 14일 당시 유엔군사령관인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에게 서한을 보냈다. “현재의 적대행위가 계속되는 한 대만민국 육해공군의 작전지휘권을 이양한데 대하여 기쁘게 생각하는 바이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급박한 전시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인 작전 수행을 위해 작전지휘권을 이양했다. 휴전 직후인 1953년 8월 3일 이승만 대통령과 존 포스터 덜레스 국무장관은 공동 성명을 통해 “유엔사가 한국 방위를 책임지는 동안 한국군을 유엔사(UNC)의 작전통제하에 둔다”고 밝혔다. 한국 전쟁은 끝나 휴전 상태로 들어갔지만 한국군 작전통제권은 유엔사에 남아있게 된 것이다. 1954년 11월 17일 ‘한미 상호방위조약’ 부속 합의서에 “한국 국군을 유엔사(UNC) 작전통제권 하에 둔다”고 명시했다. 작전통제권 한미연합사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1978년 11월 7일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면서 유엔사에서 한미연합사로 이양됐다. 유엔사의 역할이 정전협정 관리 업무 등으로 축소 조정되면서 한반도 전쟁 억제와 유사시 전쟁 임무는 한미연합사가 담당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미연합사 체제가 지속되는 동안 몇 가지 변화가 한국군 작전통제권의 반환, 전환을 위한 계기가 됐다. 먼저 한국이 경제 성장 등 국력 향상에 따라 자주 국방에 대한 여론이 높아졌다. 1987년 노태우 대통령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미국에서도 1980년대 말 냉전 종식에 따른 해외주둔 미군 규모의 축소 요구, 한국에 경제력에 걸맞는 안보 책임과 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나타났다. 1989년 7월 ‘넌·워너 법안’에 따라 주한 미군의 역할과 임무 등을 재검토하면서 작전통제권 한국 이전 조치를 검토해 의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넌·원너 계획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쯤에는 전작권이 완전히 한국에 넘겨주게 되어 있었다. 평시 작전통제권 먼저 이양 하지만 1993년 북한의 핵비확산조약(NPT) 탈퇴 등 핵개발 의혹이 커지면서 미군 감축이나 작전통제권 전환도 차질을 빚게 됐다. 한미 양국은 평시와 전시로 나눠 ‘평시 작전통제권’을 먼저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1994년 12월 1일 ‘평시 작전통제권’이 먼저 한국 합동참모본부로 넘어왔다. 한미연합사는 방어준비 태세 5단계 중 세 번째인 ‘데프콘(DEFCON)-3’ 단계가 되면 ‘전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다만 평시에도 ‘연합권한 위임사항(CODA·Combined Delegated Authority)’은 여전히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재위임했다. 여기에는 전시작전 계획 수립, 연합훈련, 연합정보 감시, C4I 상호운용성, 연합교리 발전 등이다. 평시와 전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데 필요한 핵심 기능들이다. 전작권 환수를 찬성하는 측은 평시 작전통제권도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이 남아있는데다 전시와 평시 구분도 미군이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은 ‘기형적 구조’라고 주장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합의 전작권 전환 협의는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본격화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공약에서 한국군이 한미연합사령관 작전통제 하에 있는 것은 군사주권을 포기한 것이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작전 통제권도 없으면서 국방장관이오, 참모총장이오, 별 달고 거들먹 거리냐”는 발언이 전작권 환수 의지를 보여준다. 2007년 2월 김장수 국방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 일자를 2012년 4월 17일부로 합의했다. 북한이 불과 4개월 전인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감행했지만 자주론에 입각한 전작권 전환 작업은 계속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남북간 안보 악재가 잇따르면서 전작권 전환 반대 여론도 높아졌다. 2009년 5월 2차 핵실험에 이어 2010년에는 3월 천안함 폭침사건이 일어났다. 그해 11월에는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군의 군사력이 북한과 비교해 우위에 있지 않거나 심지어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인식도 전작권 전환 시기를 재검토하게 하는 요인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6월 정상회담에서 “제반 안보환경과 전략상황”을 고려하여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전작권을 전환하더라도 한미연합사는 해체하지 않고 사령관을 한국군 대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이 비공식적으로 제시됐다. 이는 타국군의 지휘를 받은 적이 없었던 ‘퍼싱’ 원칙을 깨는 미국으로서는 이례적인 것이었다. 전작권 단계별 조건부 전환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북한의 3차 핵실험이 감행되고 3월 11일 정전협정백지화를 선언하는 등 도발을 이어갔다. 박근혜 정부는 전작권 시기 연기를 요청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하면서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2014년 합의한 3가지 조건은 첫째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둘째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셋째 국지도발과 전면전 시 초기 단계에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조기 환수를 국정목표로 추진해 오고 있다. 취임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 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주권국가로서 자국군에 대한 작전권을 갖는 것은 분명하다. 적절한 시기에 환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위협 수준이 높으면 전작권 전환 요구는 낮아지는 등 서로 반비례 관계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전작권 조기 전환을 내세우던 2017년은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발사 실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던 때였다. 2019년 4월 1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특별상설군사위원회(SPMC)’를 매달 개최하기로 했다. SPMC 계획에 따라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검증은 세 단계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전작권 전환 시나리오가 보다 구체화된 것이었다. 1단계 기초운용능력인 최초작전운용능력(IOC) 검증,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이다. 한미는 2019년 8월 IOC 검증 훈련을 실시했다. FOC 검증 훈련은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3월 취소됐다가 8월에는 축소된 예행 연습만을 시행하고 2021년 상반기로 연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종료(2022년 5월)전까지 FMC 평가를 마치고 전작권을 환수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일정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 위협 증가와 미중 갈등이 변수 2021년 상반기로 연기된 FOC 검증 훈련이 언제 진행될 지 확정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해 대북 유화정책을 펴려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전작권을 빨리 환수하려면 서둘러 훈련을 통한 검증을 해야하는데 북한의 반발이 신경이 쓰이는 상황이다. 2021년 1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해 전작권 전환 일정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군의 대응 능력이 갖춰지는데는 빨라야 2025년, 심지어 2028년이 되야 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1월 21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전작권 전환 가속화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한 것과 비교하면 한미간에 전작권 전환을 놓고 상당한 시각차가 있다. 미국은 북핵 위협 못지 않게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한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다시 커진 것이 전작권 전환에 소극적이 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미 동맹의 성격 변했나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한미간 이견의 바탕에는 북한이 얼마나 위협적인가, 대중국 견제에 한국이 얼마나 역할을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다. 이는 한미 동맹의 본질적 기초와도 관련이 있다. 누가 적이고 그에 따라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차이가 있다. 멀리는 2000년 6·15 회담 이후 한미 동맹에게 적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 전쟁이 발생하면 목숨을 걸고 싸울 공동의 적이 없는 동맹은 유지될 수 없다. 한미간 전작권 전환이나 한미 연합훈련 등을 둘러싼 이견이 한미 동맹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구자룡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 :: 참고 자료 :: 한국국방안보포럼 엮음, 『전시작전통제권 오해와 진실』, 플래닛미디어, (2006). 심지연·김일영 편, 『한미동맹 50년-법적 쟁점과 미래의 전망』, 백산서당, (2004). 최윤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정책에 대한 영향요인 분석,”『국방연구』, 제62권 제4호, (2019). 박휘락, “북핵 위협 상황에서의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분석 - 동맹 활용과 자주의 딜레마, 그리고 오해,” 『전략연구』, 제24권 3호,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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