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공직자 발언 아냐, 자중해야”…丁총리, 尹 성토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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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3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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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정치인이지 평범한 공직자의 발언 같지가 않다. 적절치 않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윤 총장이 연일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추진에 공개적으로 반발하자 강한 경고를 보낸 것.

정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은 자중해야 한다”며 “검찰이 말하는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는 국민적 비판을 겸허하게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엄정한 법 집행은 검찰 스스로에게도 공평히 적용돼야 한다”며 “왜 제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하나”라고 지적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총장이 검찰 수장으로서 반발할 수는 있지만, 격한 표현으로 국민을 선동하는 메시지를 내고, 언론 인터뷰라는 방식으로 이를 발표한 데에 대한 경고”라고 했다.

정 총리는 특히 윤 총장의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거듭 지적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TBS라디오에서 “행정과 정치는 분명히 문화도 다르고, 실행 방법과 내용도 달라야 한다”며 “(윤 총장이) 언론 두 군데에 말했던데, 이게 행정가의 태도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께 송구하다”고도 사과했다. 또 페이스북에선 “국민을 선동하는 윤총장의 발언과 행태에 대해 행정부를 통할하는 총리로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당정청 고위 인사들 가운데 공개적으로 윤 총장 성토에 나선 건 정 총리가 유일하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중수청 문제의 한 축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직접 맞대응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 총리가 역할을 맡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자칫 제2의 ‘추-윤 갈등’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당청과 달리 정 총리가 행정부 수장으로서 중심을 잡고 여권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정 총리는 “수사와 기소는 분리되는 것이 인권 보호에 유리하다”며 “검찰이 인권 보호를 잘하고 국민을 제대로 섬겼으면 이런(수사-기소 분리) 요구가 나올 이유가 없다”고 검찰 조직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임명직 공무원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에 들어 있는 기준에 따라 행동해주시면 좋겠다”며 윤 총장 비판에 가세했다. 이 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정책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씀하셨다”며 “많은 논란이 있지만 검찰개혁이란 시대적 과제는 여전히 유호하고 가야 할 도도한 흐름의 일부”라고 덧붙였다.

여당 지도부는 이틀째 공개 언급을 자제했지만 개별 의원들은 비판 목소리를 냈다. 이광재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총장의 인터뷰는 대단히 부적절한 정치행위”라며 “‘직을 걸고’라는 표현으로 국민과 개혁세력을 압박하는 모습은 기득권 지키기일 뿐”이라고 했다. 최근 이 지사 공개 지지를 선언한 민형배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임명직 공무원이 국회의 입법을 막으려는 행세를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따름”이라고 했다. 앞서 중수청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5선 이상민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윤 총장을 향해 “여기저기 소란을 피우고 있다. 역겹다. 악취를 풍기지 않았으면 한다”며 “사욕이 앞서나? 초조한가? 분별력이 많이 흐려져 있는 것 같다”고 적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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