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단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 이인영 장관과 범여권 의원 35명이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요구한 데 이어 부총리급 예우를 받는 인사가 훈련 시작을 불과 5일 남겨 놓은 시점에서 아예 훈련 중단까지 주장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평통은 헌법에 근거해 설치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정 부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다시 평화의 봄, 새로운 한반도의 길’ 토론회에서 8일부터 진행될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내 생각으로는 올해에 안 하는 것이 좋겠다”며 “왜냐하면 김 위원장이 분명히 (중단할 것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정 부의장은 이어 “북한이 자극받지 않을 정도로 유연하게 훈련 규모가 정해지고 강도가 낮춰지면 훈련이 끝나고 난 뒤 뭔가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가 훈련을 연기하거나 중단하면 북한이 그 대가로 남북 또는 북-미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논리다.
김대중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부의장은 “제가 (북한에) 제일 많이 준 사람, 퍼주기 대장인 사람”이라며 대북 식량·비료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미 훈련이 임박한 시점에서 정부와 여권에선 훈련을 연기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이인영 장관은 지난달부터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수차례 훈련 연기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이에 미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한미 훈련은 도발적이지 않고 완전히 방어적”이라며 대북 방어를 위한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반박성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국민의힘 의원 73명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연합훈련 정상화를 통해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며 “범여권 국회의원 35명이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인가”라며 “우리 국민보다 김정은의 심기만 경호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어느 나라 의원인가”라고 비판했다. “훈련 연기 주장은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의원이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도 했다. 지난달 25일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들이 훈련 연기를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한 것.
한편 이인영 장관은 이날 토론회 축사에서 “우리 정부의 인도주의 협력을 위한 제재 (면제) 절차 개선 노력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공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인도적 협력과 관련한 제재 면제가 신속하고 유연하게, 또 보다 폭넓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이유로 대북 제재 재검토 필요성을 주장한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 국무부와 유럽연합(EU) 등이 잇따라 비판하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제재 면제 절차 간소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
이날 토론회에는 기동민, 김원이, 최종윤 등 여권 내 86그룹으로 분류되는 의원 등 현직 의원 35명이 참석했다. 향후 민주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86그룹의 대표주자인 이 장관을 중심으로 86그룹이 세 결집을 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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