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반발하며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현실정치 데뷔 무대로 4·7 보궐선거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거대 정치 이벤트인 만큼 윤 총장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다만 방법을 두고는 현장 유세 등 직접 지원과 여권을 겨냥한 메시지를 통한 간접 지원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된다.
5일 정치권은 윤 전 총장의 정계진출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사퇴의사를 전하면서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마지막 발언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에 대한 방법은 퇴임하고 나서 생각해보겠다”고 한 발언에서 한발 더 나간 것으로 해석되며 정계진출을 위한 신호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와 날을 세웠던 만큼 윤 전 총장은 범야권 인사로 분류된다. 사퇴 전날 대표적 보수도시인 대구를 방문한 것은 범야권 인사로서 ‘전략적’ 행보를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계진출을 기정사실화 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현실정치 데뷔무대로 4·7 보궐선거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보선이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는 거대한 정치 이벤트란 점에서 윤 전 총장이 전국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의 사퇴를 두고 여권과 야권이 지지층이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과 관련해 “야권 지지자의 기대가 모여있는 만큼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유세 지원 등 직접적인 선거지원에는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여권이 윤 전 총장 사퇴와 관련해 ‘정치를 위해 직을 이용했다’는 비판을 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해 직접 지원은 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는 “윤 총장의 정치 진입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질했고, 김태년 원내대표는 “윤 전 총장은 검찰 역사에서 권력욕에 취해 검찰총장 직위를 이용한 최악의 총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빙이 예상되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원에 나섰다가 야권 후보가 패배할 경우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총장이 선거에 도움을 준다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며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비쳐지는 것을 굉장히 경계할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직접적인 선거지원 보다는 정부여당을 향한 메시지를 통해 지지층 결집에 힘을 보탤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야권을 지원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직접 선거를 지원하는 데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중수청 등 여권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범야권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힘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선거 막판 깜짝 지원유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선거 때 표를 끌어 모으는 힘을 보여줘야 향후 정치적 발언권에 힘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윤 전 총장이 보궐선거 전에 움직일 가능성’에 대해 “보궐선거 전에는 정치행위를 하지 않을것 같다”며 보궐선거 전 정치행보 가능성을 낮게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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