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을 1년 앞두고 여야의 관심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제3지대 세력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 선거 후 윤 전 총장의 지지율, 그리고 세(勢) 결집 방식 등이 윤 전 총장의 향후 정치적 영향력을 결정지을 핵심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야권 구심력 좌우
대선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만약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승리한다면 야권의 구심력은 윤 전 총장으로 급격하게 쏠릴 가능성이 크다.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성공했는데도 야권이 진다면 ‘이대로 차기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기류가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라며 “만약 야권 단일 후보가 승리한다면 누가 단일 후보냐에 따라 시나리오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안 후보가 단일 후보로 결정돼 승리한다면 국민의힘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약화되고 안 후보와 윤 전 총장이 포진한 ‘제3지대’가 야권 재편의 핵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안 후보와 윤 전 총장의 연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오 후보가 단일화와 본선까지 거머쥔다면 윤 전 총장도 국민의힘의 입당 권유를 뿌리치기 힘들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서울시장까지 석권한 제1야당의 자금과 조직을 무작정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 한 달 후 지지율 향방에 촉각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4월 선거 후 본격화될 대선 정국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도 주요 변수다. 민주당 관계자는 “권력을 쥔 친문(친문재인) 진영으로부터 탄압받는 희생양이라는 이미지가 지금의 윤 전 총장을 만든 것이 사실”이라며 “총장직 사퇴로 시간이 지나면 ‘정권에 맞서는 검찰총장’ 이미지는 흐려질 것이고, 민주당이 중대범죄수사청 추진도 미루기로 한 만큼 유권자들이 약자를 응원하는 ‘언더도그 효과’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말 25% 안팎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이 물러나고, 여권이 윤 전 총장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자 10%대로 떨어졌다. 민주당이 “우리가 나서서 윤 전 총장을 키워줄 필요가 없다”며 공세를 자제하는 배경이다.
이에 맞서 윤 전 총장은 당분간 강연, 저술 등을 통해 대중과의 직접 소통에 나설 예정이다. 현 집권 세력의 문제점과 검찰개혁의 부당함 등을 직접 알려 대중의 관심 범위 내에 머무르는 한편 정치활동을 본격화할 때까지 동력을 꺼뜨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세(勢) 결집력, 핵심 참모그룹도 변수
윤 전 총장이 정계 진출을 위한 참모 그룹을 어떻게 꾸리느냐도 관심사다. 한 정치권 인사는 “외교관 출신 위주로 초기 캠프를 꾸렸다가 좌초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례를 윤 전 총장이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 검찰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지만 윤 전 총장도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필요한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부친의 고향(충남 공주)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검찰 출신으로 2012년 안 후보의 대선 행보를 도왔던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 등이 결국 윤 전 총장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지율이 거품이 되지 않으려면 실질적 정치활동으로 지지기반을 만들어야한다”며 “‘코어 그룹’, 즉 핵심 참모진을 국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관건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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