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선택적 검찰권 행사 비판…수사청 안착 방향성 확인

  • 뉴시스
  • 입력 2021년 3월 8일 17시 07분


법무부·행안부 업무보고…권력기관 개혁 이행 주문
"검·경·공수처, 상호 민주적 통제…새 제도 안착 협력"
"검찰권 행사 선택적·자의적…제도 개선 반드시 해야"
경찰 수사역량 확보 주문…수사청 관련 "檢, 의견 수렴"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 명분으로 내세운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수사청) 설치에 관해 검찰 내부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주문한 것은 내부 조직 안정화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사청 신설을 통한 수사-기소 분리라는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권력기관 개혁의 방향성에 무게를 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권력의 분산과 견제를 위해 수사청 신설이 불가피하다며 검찰개혁 필요성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법부부·행정안전부 대상 정부 신년 업무보고 모두 발언에서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를 중심으로 한 권력기관 개혁 과제 추진 방향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권력기관 개혁이 현장에 자리 잡는 첫 해다. 두 부처(법무·행안부)의 책임이 매우 무겁다”며 “지난 1월 수사권 개혁법령이 시행됐고, 고위공직자 부패범죄를 전담하는 공수처도 출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경찰, 검찰, 공수처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 서로를 민주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면서도 부패수사 등 국가의 범죄대응 역량을 높여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70년의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일인 만큼 새로운 제도가 안착되기까지 현장에서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검·경·공수처 간 역할분담과 함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처 검사에 대한 인선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정식 출범이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현장에서의 업무 혼선을 최소화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과거 70년 간 검찰에 집중됐던 권력을 경찰과 공수처로 분산하는 과정 속에서 제도적 안착을 위한 기관끼리의 협력을 지시한 것은 다분히 검찰 내부를 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사퇴에 앞서 정부 여당 주도의 수사청 신설에 관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 판을 친다)”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윤 총장이 정계 입문을 위한 명분 축적용으로 수사청 설치 반대를 내세웠다는 게 정치권은 보고 있다. 조남권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 검사)은 조직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이날 오전 전국 고검장 회의를 소집하고 수사청 설치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특히 문 대통령이 검찰의 ‘선택적 권력 행사’를 비판한 것은 윤 전 총장을 향한 우회적 비판으로 해석된다. 수사청 신설에 반대한 명분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정제된 표현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우리 사회정의 실현의 중추로, 가장 신뢰받아야 할 권력기관이다. 검찰권의 행사가 자의적이거나, 선택적이지 않고 공정하다는 신뢰를 국민들께 드릴 수 있어야 한다”며 “대다수 검사들의 묵묵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은 검찰이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야만 성공할 수 있다”며 “특히 사건의 배당에서부터 수사와 기소 또는 불기소의 처분에 이르기까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규정과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는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윤 전 총장이 ‘한명숙 전 총리 모해 위증 의혹 사건’과 관련한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의 수사 배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반대 급부로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통한 수사권이 확대된 경찰에 수사지휘역량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의 수사지휘역량도 빠르게 키워야 한다. 권한이 주어지면 능력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기 바란다”며 “신설된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책임수사 체계를 확립하고, 치안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자치경찰제도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권 개혁과 공수처 출범으로 권력기관 개혁의 큰 걸음을 내딛게 됐지만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견제와 균형, 인권 보호를 위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입법의 영역이지만, 입법의 과정에서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는 큰 뜻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구체적인 실현방안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질서 있게, 그리고 또 이미 이루어진 개혁의 안착까지 고려해 가면서 책임 있는 논의를 해 나가길 당부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