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월까지 전 국민의 70%에게 접종하겠다고 밝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우리 정부는 얼마를 주고 샀을까. 9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가 1인 1회 접종분당 해외 제약사에 지불한 비용은 평균 2만5044원(22달러)이었다. 총 7900만 명분의 백신 구매비로 3조8067억 원이 들어가는 것. 코로나19 백신 구매는 각국 정부와 제약사 간 일대일 계약으로 진행돼 국가마다 구매 가격이 다르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를 위해 해외 제약사들과 1도스(1인 1회 접종분)당 평균 22달러에 계약했고, 4조 원가량을 지출할 예정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1년도 추가경정예산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 7900만 명이 접종할 수 있는 코로나 백신 1억5200만 회 접종분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얀센 등 제약사들과 계약한 백신 구매 비용은 모두 3조8067억 원, 백신 1회 접종분당 평균 단가는 2만5044원(약 22달러)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제약사들과의 계약상 비밀 유지 의무’를 이유로 백신 제조사별 계약단가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 추경 관련 국회 설명 과정에서 대략적인 금액이 공개된 것이다.
정부는 현재 5종의 백신 1억3200만 회에 대한 구매 계약을 완료(2000만 회는 구매 약정 상태)했는데, △아스트라제네카 2000만 회분 △얀센 600만 회분 △화이자 2600만 회분 △모더나 4000만 회분 △노바백스 4000만 회분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해외 언론을 통해 알려진 가격은 △아스트라제네카 3∼5달러 △얀센 10달러 △화이자 19∼20달러 △모더나 15∼25달러 △노바백스 16달러다. 백신 가격은 국가와 제약사 간 일대일 계약이기 때문에 협상 조건에 따라 정부 구매 가격이 달라진다. 지난해 12월 18일, 벨기에 예산장관의 실수로 유럽연합(EU)이 계약을 한 각 제약사의 백신 가격이 노출되기도 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78유로(약 2.1달러), 화이자는 12유로(약 14.2달러) 등으로 벨기에의 계약 액수는 기존 언론에 알려진 가격보다 더 낮았다.
뉴욕타임스 등을 통해 노출된 통상 단가를 한국 정부의 구매 분량에 적용해 계산하면 평균 단가는 약 17달러로 집계된다. 국회 보고한 정부 구매 가격(평균 단가 22달러)은 이보다 5달러가량 비싼 것.
이에 대해 질병청 관계자는 “개별 백신 가격은 계약서상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 다른 나라도 백신 계약 가격을 공개한 적이 없는 상황”이라고만 했다. 다만 국가별 백신 도입 가격은 구매량과 소득 수준, 연구개발(R&D) 투자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도입 협상을 한 보건당국 간부는 “협상 과정을 보면 가격은 정해져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에 야당의 “백신 구매가 지체되고 있다”는 비판 속에 얀센, 화이자, 모더나와 빠르게 협상 및 계약을 했다. 하지만 제조사별 계약단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와 가격을 합리적으로 하기 위해 바기닝(협상) 중이고, 계약도 그쪽에서 재촉한다’고 국회에서 발언했다”며 “통상 해외 다른 나라의 계약단가보다 비싸게 구매했다면 정부가 거짓말을 했거나 무능했거나 둘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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