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을 정부의 국방예산 증가율에 연동하기로 합의하면서 분담금 인상률이 대폭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방위비 분담금을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협정 적용 첫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1, 2% 안팎으로 인상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상이 시작되는 첫해인 올해를 제외하고 2025년까지 4년간 분담금이 매년 평균 6%가량씩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국방 능력과 재정 수준을 반영해 국력에 걸맞은 분담을 한다는 차원에서 물가상승률이 아니라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했다”고 했다.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이 시급하다고 보는 정부가 이를 위한 동맹 복원의 걸림돌을 제거한 데 의미를 부여한 것.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에 너무 많이 양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정부도 “13.9% 인상, 다소 과도하긴 하다”
외교부는 10일 2020∼2025년 6년 유효 기간의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을 타결했다며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 원칙을 지켜낸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협상 결렬로 공백 상태였던 지난해 분담금은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하되 올해부터 2025년까지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에 전년도 국방예산 인상률을 적용한다. 올해는 13.9%를 인상해 총액 1조1833억 원을 내기로 했다. 지난해 국방예산 인상률인 7.4%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증액분 6.5%를 합한 수치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와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각각 기자들과 만나 13.9% 인상이 “적지 않은 증가율인 것은 사실”, “다소 과도한 수치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국방 중기계획(2021∼2025년)에 따르면 올해부터 5년간 연평균 국방비 증액률은 6.1%이다. 협정 마지막 해인 2025년의 분담금이 1조5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조389억 원에서 5년 만에 약 50%나 증가하는 셈. 한국이 부담하는 6년 치 분담금(약 7조6850억 원)은 올해 국방예산(52조8401억 원)의 약 14.5%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년 계약에 분담금 인상률을 국방예산 증가율에 연동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동안은 인상률에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했다. 9차 협정(2014∼2018년)은 물가지수와 연동하되 4%를 넘는 상한선도 있었다. 협정 첫해를 제외한 4년간 매년 인상률이 1% 안팎에 그쳤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국력에 걸맞은 분담과 동맹관계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예측 가능하고 국회가 심의, 의결하는 객관적인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국방비 증가율 적용, 우리가 먼저 제안
하지만 이번 결과가 ‘트럼프 효과’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부로 협상이 결렬되기 전 우리 측이 ‘첫해 방위비 13.6% 인상, 매년 인상률의 국방비 증가율과 연동’을 제안해 잠정 합의에 이르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증액 요구에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던 것. 이번 결과는 당시 제안과 유사하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 협상안을 고수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했던 전략무기 전개 및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보완전력 운용비, 주한미군 순환배치 관련 비용, 미국산 무기 구매 비용 등은 분담금에 포함하지 않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