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이번 주 동시 방한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시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동맹을 복원하겠다는 뜻을 강조해왔고 대북정책을 재수립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북한 비핵화 해법에 대해 양국 정부 간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13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은 오는 17일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두 장관의 방한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해외 순방일정으로 먼저 15~17일 일본에 이어 한국을 찾는다.
블링컨 장관은 방한 당일인 17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18일에는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에 참석한다. 한미 양국 외교·국방수장이 참석하는 이른바 ‘2+2’ 회담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미 고위급 인사들은 한미동맹 등 한미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글로벌 협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특히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한 정세를 검토하고 향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전략을 논의할 전망이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집중하겠다는 방향성만 제시했을 뿐, 전반적인 대북 정책을 검토하는 시기여서 동맹국인 한국의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방한 중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의 청와대 예방 일정이 잡혀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0일 두 장관의 문 대통령 예방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리면서, 두 장관의 동반 방한이 “최상위 한미관계를 보여주는 한 예”라고 강조했다.
또 두 장관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 등 우방국가보다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를 먼저 찾는다는 점에서 “전례없는 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복원 의지에 적극 협조하면서 대북정책에 대한 양국 공조가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중국 견제’ 협의체란 평가를 받아온 ‘쿼드’ 4개국(미국·일본·인도·호주)이 첫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한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하면서 ‘한반도 평화’란 표현은 빠져, 미국이 ‘선(先) 비핵화’ 조치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선행하지 않으면, 먼저 미국이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쿼드 정상회의 뒤 공동성명에서 “우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열린 바이든 정부 첫 쿼드 외교장관회의 결과 발표 땐 ‘북한 얘기도 다뤄졌다’는 식의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있었으나, 이번엔 ‘완전한 비핵화’로 표현 자체가 좀 더 구체화된 것이다.
앞서 성 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이 현지 언론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도 “바이든 정부가 검토 중인 새 대북정책의 핵심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번 블링컨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방한에서는 미국이 강조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우리 정부가 천명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의미를 공유하고, 향후 양국이 공동으로 추진할 대북 정책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것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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