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 야권 단일화 문제를 두고 원색적인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안 대표를 겨냥해 “단일화 과정 속에서 후보들 간 일정한 토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기피하는 속셈이란 것은 이뤄질 수 없다”며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은 오세훈 후보를 2번 국민의힘 오세훈으로 정해놓은 거지 자연인 오세훈이 아니다”라며 “상대방도 마찬가지, 자기 당 이름을 내놓은 후보지 자연인 후보가 아니다. 이런 일을 무시하고 (단일화 과정에서) 딴짓을 할 것 같으면 그건 상식에 맞지 않는 짓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국민의당 측이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당명과 기호를 빼자고 제안한 데 대해 “투표장 가면 투표용지에 어느 당 기호, 몇 번 쓰여있는 것 아닌가. 그걸 다 빼자는 게 상식에 맞는 소리인가”라며 “그렇게 자신이 없는 사람이 뭘 출마하려 하나”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토론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토론도 안 하겠다, 토론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시장 노릇 할 건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미국에서 나이를 먹은 바이든이나 트럼프 대통령 같은 사람도 스탠딩 토론을 하는데, (안 대표가) 스탠딩 토론도 못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야권 단일화에서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를 강조해 온 만큼,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는 오 후보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오 후보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안 후보를 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야권에서 오세훈 후보든 안철수 대표든 단일 후보로 나오더라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긴다는 여론조사까지 더해지면서 원내 102석을 가지고 있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 입장으로서는 쉽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자리를 나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에 안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인 위원장 발언은 정말 모욕적”이라면서 “저는 단일화 일정에 맞춰 토론을 하자고 했을 뿐, 토론을 피한 사실이 없다. 토론을 오전, 오후 하루에 2번씩 해도 좋다고 했다”고 격앙된 반응을 내놓았다.
안 대표는 “어디서 엉뚱한 소리를 듣고 엉뚱한 말씀을 하시는지, 도대체 그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며 “야권 단일화 상대에게는 서로 존중하는 것이 단일화 취지에도 맞고 양쪽 지지층을 뭉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상식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많은 야권 지지자들이 김 위원장의 그런 옹고집과 감정적 발언에 한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야권 단일화를 앞두고 김종인 위원장까지 나서서 안철수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것은 소인배 정치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이어 “시대적 명제가 야권 단일화라면 중립적 입장에서 중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상대는 민주당인데 같은 야권후보를 비방하는 것은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는 소인배 정치”라며 “그만하시고 물러서 계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권 단일화는 두 후보께서 직접 담판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며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앙금과 상처를 남기는 단일화는 본선에서 어려움만 초래한다. 아름다운 단일화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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