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300명 전수조사, 특별검사(특검), 국정조사(국조), 그리고 고위 공무원과 시군구청장 등 선출직 전수조사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파문으로 촉발된 부동산 문제가 4·7 재·보궐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여야가 경쟁적으로 관련 후속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상대방이 내놓은 제안을 거부할 경우 괜한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여야는 앞다퉈 강수를 내놓고 있다.
○ 野 “특검 받을 테니 국조 하자”
국민의힘은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LH 특검’을 16일 전격 수용했다. 그러면서도 한발 더 나아가 LH 국조를 보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은 거두절미하고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전수조사는 물론 특검과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11일 민주당이 특검 카드를 꺼내들 때만 해도 “즉각 검찰과 감사원에 맡겨라”며 응하지 않았다. 특검법 통과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여당의 ‘시간 끌기’라고 판단한 것.
그러나 민주당이 “야당이 특검을 반대한다”며 공세를 펼치자 결국 특검 수용으로 선회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는 특검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특검이 시작되기까지의 수사 공백을 우려했던 것”이라며 “이제는 여당이 ‘시간 끌기’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번 3월 (임시국회) 회기 중 LH 특검법안이 본회의에서 즉시 처리되도록 민주당은 즉각 협조하라”고 말했다. 4월에는 특검이 본격 활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압박이다.
또 주 원내대표는 “LH 파문의 근원지인 광명·시흥뿐만 아니라 3기 신도시 토지거래자 전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LH 파문이 불거진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전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특검과 국조를 동시에 가동시켜 정국 주도권을 계속 쥐고 가겠다는 의도다.
○ 與, 곧바로 “국조 수용”
주 원내대표의 제안에 민주당 김태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늦게나마 현명한 결정을 해줘서 다행스럽다”며 “주 원내대표의 국조 제안을 수용하고 여야 수석부대표 협의를 바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요구한 청와대 직원 전수조사에 대해서도 “야당이 청와대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 결과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겠다, 미진하다’고 의혹을 제기한다면 국회가 그 결과를 가져와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도 된다”고도 했다.
여권 전체를 겨눌 수 있는 특검과 국조를 민주당이 모두 받아들인 것은 LH 사태가 정권 차원의 악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들끓는 민심을 달래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번 기회에 부동산 투기를 발본색원하겠다는 것이 당정청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회의원 전수조사 등을 통해 현재 여당에만 집중되는 비난의 화살을 여야 전체로 넓히겠다는 뜻도 담겼다.
그러면서도 여야는 거듭 전선 확대 시도에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재·보궐선거) 출마 후보자와 직계존비속의 전수조사도 국민의힘이 수용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선출직은 물론 정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 여야 모두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정치권의 이런 경쟁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밀리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초유의 의원 전수조사와 국조, 특검이 동시에 가동되게 생겼다”며 “이제는 누구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라고 했다. 여야는 내심 ‘뚜껑을 열어보면 상대편에 의혹이 더 많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15일 “세간에선 부동산 비리가 국민의힘 쪽에 몇 배는 더 많을 거란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비리는 권력을 가진 쪽에서 생긴다’고 본다.
의원 전수조사를 어느 기관이 맡을지도 관건이다. 국민의힘은 “감사원에 맡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월성 원전 감사 등에서 여권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러나 감사원 관계자는 “국회에 소속된 공무원은 제외한다는 조항에 따라 감사원이 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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