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후보등록일(18, 19일) 하루 전까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룰을 놓고 벼랑 끝 협상을 이어갔다. 당초 합의대로라면 17일부터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하지만 이날까지 유·무선전화 비율과 문항 형식 문제를 놓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또다시 결렬됐다. 이 때문에 일단 두 후보가 모두 후보등록을 한 뒤 투표용지 인쇄 시작일(29일)을 2차 데드라인으로 설정하는 ‘연장전’도 거론되고 있다.
○ 유선전화 10% 포함 여부 막판 쟁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실무협상단은 이날까지 단일화 룰에 합의하고, 18일부터 19일 오전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해 단일후보를 선출하면, 19일 오후 후보등록(오후 6시 마감)이 가능하다고 보고 조율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날 협상에서는 여론조사의 유선전화 반영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유선전화를 최소한 10% 반영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당은 “무선전화 100%로 진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야권 관계자는 “유선전화는 보수층, 고령층 응답이 높아 국민의힘 지지층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13, 14일 1030명에게 유선전화 20%, 무선전화 80% 비율로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오 후보 39.3%, 안 후보 32.8%로 집계됐다. 반면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13일 1008명을 무선전화 100%로 조사한 결과 오 후보 32.3%, 안 후보 36.1%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두 조사 모두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 문항은 일단 ‘경쟁력 조사’로 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여당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 간 지지도 비교)을 주장했고, 오 후보 측은 여당 후보에 맞서 두 후보 중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는지 묻자고 받아쳤다.
결국 이날 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이 “(국민의힘이) 가상 양자대결을 존중하면 우린 ‘유선전화 10%’ 수용하겠다. (국민의힘 주장대로)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는지 문항을 만든다면 유선전화는 수용할 수 없다”며 “그것이 부족하면 경쟁력 조사와 적합도 조사를 50 대 50으로 결정하자”고 절충안을 제안했다. 이에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은 “(내부적으로) 협의해 보겠다”고 답해 18일 오전 극적인 타협 가능성을 열어뒀다.
협상이 진통을 겪으면서 장외 설전도 이어졌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민주당이 보낸 ‘엑스(X)맨’”이라고 공격하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야권 전체로 봤을 땐 안 후보가 A급 엑스맨”이라고 역공했다.
이 전 위원은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를 겨냥해 “본인(안 후보)을 조종하는 ‘여자 상황제’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안 후보가 김 위원장을 ‘오 후보의 상왕’이라고 한 것을 비판했다. 이에 안 후보는 17일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의 사모님이 제 아내와 이름이 같다”며 “그분과 착각해서 그런 거 아닌가. 자기 당의 위원장을 디스(비난)한 것 아니냐. (이 전 위원은) 곧 잘리겠네요”라고 받아쳤다.
○ 투표용지 인쇄 전까지 ‘연장전’ 가능성도 거론
이날 협상도 결렬되자 야권에선 ‘연장전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29일을 2차 데드라인으로 삼고 추가 협상을 이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두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해 19일까지 각각 후보등록을 하면 투표용지엔 ‘2(기호) 국민의힘 오세훈’ ‘4 국민의당 안철수’ 등 이름과 기호가 모두 인쇄된다. 다만 투표용지 인쇄 시작일(29일) 전에 야권이 단일화에 성공해 두 후보 중 한 명이 후보직을 사퇴할 경우 해당 후보의 기표란에는 붉은색으로 ‘사퇴’라고 표시된다. 다만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퇴’ 표시가 있더라도 그 위에 투표를 해 무효표가 된 사례도 있어, 타결이 미뤄질수록 단일화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29일 용지 인쇄가 시작된 뒤 단일화가 이뤄져 한 후보가 사퇴하면 투표용지에 ‘사퇴’ 표시가 되지 않는다. 대신 ‘○○○ 후보자에게 투표하면 무효가 되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만 투표소에 붙게 된다. 기표란이 비어 있기 때문에 유권자가 사퇴한 후보에게 투표하는 사표(死票)가 다수 발생할 수 있어, 단일화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4월 2, 3일 진행되는 사전투표는 투표소에서 바로 투표용지를 인쇄하기 때문에 1일까지 사퇴한 후보 이름 옆에 ‘사퇴’ 표시가 인쇄된다.
이날까지 단일화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안 후보가 후보 등록을 하게 되면 국민의힘에 입당해 기호 2번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사라졌다. 선거법 49조에 따르면 후보 등록 이후 당적을 이탈·변경하게 되면 해당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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