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두 후보는 17~18일 여론조사, 19일 단일후보 선출에 합의했지만, 17일에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두 후보가 직접 한 약속마저 어긋날 정도로 이번 단일화 협상은 치열하다. 이 배경에는 ‘승리’가 절실한 오세훈, 안철수 두 후보와 이들이 속해 있는 정당이 직면한 정치적 상황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와 정당이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평가다. 반대로 승리할 경우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것은 물론 차기 대권까지 영향력을 이어갈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오세훈 후보에게 정치적 재기를 위해 이번 보궐선거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회의원과 재선 서울시장을 하며 정치인으로서 안정적 커리어를 쌓았지만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시절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10년간 힘든 시기를 겪었다. 당시 당내 반대에도 서울시장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한 그는 투표율(33.3%)이 미달해 개표를 하지도 못한 채 스스로 서울시청을 떠났다.
한 때 대권주자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20대 총선에선 종로구에서, 21대 총선에서는 광진을에서 각각 낙선하며 10년 동안 야인으로 머물렀다.
이번 보궐선거가 그의 정치적 재기의 장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선거 초반, 당내 경선은 물론 범야권 인사 가운데서도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국민의힘 후보 선출 이후 야권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여론조사 발표되는 등 오 후보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잠재적 대권주자인 안철수 후보를 꺾고 보수단일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면, 정치적 영향력이 큰 서울에서 확실한 지지세를 확보하게 된다. 이 경우 차기 대권 가능성은 물론, 보수 정계개편 과정에서도 한 축을 맡을 수 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승리가 절실하다. 지난 2011년 혜성같이 등장한 이후 제3세력으로 각광받았지만 정치적 부침을 이어간 끝에, 대선이 아닌 ‘서울시장’에 출마하며 정치적 승부수를 걸었다.
앞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통령 후보를 각각 양보하며 ‘아름다운 양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맡으며 대권주자로서 부상했다. 하지만 보궐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며 대표에서 사퇴한 이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갈등을 빚은 끝에 탈당 후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38석을 확보하며 제3세력으로 부상했다. 안 대표에게 큰 기대가 쏠렸지만 바람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어진 대선에서 초반 돌풍을 일으켰지만 21.4%의 득표를 기록하며 3위에 머물렀다.
이후 바른정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만들었고, 다시 국민의당 등을 창당하면서 ‘간철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동시에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구성하는데 실패하며 ‘분열’의 정치를 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앞선 대선에서 받은 20%가 넘는 지지는 그의 정치적 기반이지만, 이후 성과를 보이지 못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이번에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낸 만큼,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정치적으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당의 명운도 걸려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보선 이후 보수 정계개편을 예상하고 있다. 만약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후보조차 내지 못할 경우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당이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당은 현역의원이 3명인 당으로, 사실상 안철수 후보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안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실패할 경우 국민의힘 위주로 진행되는 정계개편 논의에서 국민의당의 정치적 지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 야권 단일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앞서는 것 역시 두 후보와 각 정당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로 분석된다. 경선 승리가 곧 서울시장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각 정당이 더욱 사활을 걸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두 후보와 정당에 많은 것이 걸려 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며 “단일화 수싸움은 물론, 단일화 이후 각 후보와 정당이 어떤 입장으로 서로를 대하는지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