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쿼드 논의 없었다”…블링컨은 “韓과 긴밀 협력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8일 2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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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의용(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리셉션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2021.03.18.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 정의용(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리셉션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2021.03.18.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본보 등 한국 언론과 화상 간담회에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협의체인) 쿼드를 통해서도 우리(한미)가 협력할 방법을 찾을 거라고 확신한다”며 한국에 쿼드 참여를 요청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앞서 이날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는 중국 견제 성격이 뚜렷한 쿼드 참여를 둘러싼 이견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직접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긋자 바로 옆에 있던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쿼드에 대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회담에서 쿼드 참여 필요성을 제기했음을 시사한 것.

정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쿼드 참여 요청 여부를 묻는 질문에 “쿼드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는 없었다”며 “다만 우리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어떻게 공조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협의했다”고 답했다. 이어 “정부는 포용성과 개방성, 투명성, 우리 국익, 지역 글로벌 평화 번영에 기여한다면 어떤 협의체와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그러자 정 장관 발언 직후 답변에 나선 블링컨 장관이 “쿼드는 비공식적인 ‘생각이 비슷한 국가들의 모임’이다. 여러 이슈에 대해 협력하고 공조하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한국과 긴밀히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모임(쿼드)가 한미일 협력과 상통하고 큰 혜택을 가져온다고 보고 있다”고도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강조해온 한미일 협력도 쿼드와 관련 있다고 한 것.

블링컨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과 중국 문제에 논의했다는 사실도 밝히면서 중국 견제에 한국이 동참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회견에 이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중국과 관련해 적대적 협력적 경쟁적 관계라는 복잡성이 있다”며 “앞으로 한국과 긴밀히 협의해 도전과제를 극복해가기를 희망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에게까지 직접 중국 견제 필요성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정작 2+2 공동성명에는 “중국” 표현이 빠져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됐음을 시사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견에서 “(한미가) 중국에 대해 의논했다. 중국이 모든 약속들을 일관되게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다”면서 “인태지역의 안정 안보 번영에 도전하는 중국의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행동 때문에 우리 동맹국 간에 공통된 접근법을 취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며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인권 후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중국의 반(反)민주주의적 행동에 대항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도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장기적으로 (중국과) 전략적 경쟁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특히 중국은 미 국방부 관점에서 도전 과제”라고 했다.

반면 정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 뒤 연합뉴스TV에 “미중 양국은 우리 모두에 중요하다”며 “미중 간 하나를 택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런 접근법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날 오후 출국한 블링컨 장관은 18일(현지 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회담에 참석한다. 블링컨 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회동한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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