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후보 등록 마감일인 19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각자 후보 등록을 하면서도, “단일화 룰을 양보하겠다”는 기자회견을 릴레이로 열었다. 꺼져가던 단일화의 동력을 일단 되살린 모양새다. 하지만 실제 실무협상에선 팽팽한 기 싸움이 계속되며 양측은 이날 어떤 합의 사항도 도출하지 못했다. 두 후보의 ‘핑퐁 양보’를 두고 단일화 무산 위기에 따른 책임 공방을 의식한 ‘희생자 코스프레’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야권에선 “후보들은 서로 양보를 한다고 하지만 실무협상은 도돌이표만 거듭하고 있다”며 “지난한 협상이 유권들에겐 또다른 이전투구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 吳·安 “내가 양보” 릴레이 양보 경쟁
전날까지 협상이 결렬돼 두 사람이 동시에 후보 등록을 해야 할 상황이 되자, 오 후보와 안 후보는 19일 오전 비공개로 만나 25일 공식 선거운동 전까지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의 유·무선전화 비중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의견을 달리했다. 이에 안 후보는 오 후보와 상의 없이 곧바로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며 “이번 주말 여론조사에 착수해 22일까지 결정하자”고 ‘1차 양보’의 선공을 날렸다.
안 후보의 제안이 국민의힘 안을 100% 수용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되면서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 소식을 들은 김종인 위원장도 “너무 늦지 않게 응해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당 사이에선 ‘대체 무엇을 수용한 것인가’란 논란이 이어졌다. 실무협상을 맡은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대결해 누가 더 경쟁력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으로 여론조사(경쟁력 조사)를 하게 될 것”이라며 “유선전화 비율에 대해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수용한다고 말만 했지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은 “유선전화를 10% 반영해서 2개 (여론조사)기관이 적합도와 경쟁력을 따로 묻는 게 ‘김종인-오세훈 안’”이라며 “안 후보와 이 사무총장이 서로 다른 말을 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안 후보에 대해 “또 무슨 딴소리를 하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하는지를 믿을 수가 없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자 오 후보는 오후 3시 반경 다시 입장문을 통해 “안 후보가 제안한 ‘무선전화 100%’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도 같은 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무엇이 국민의힘 협상안인지) 참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그것(적합도 경쟁력 혼합 조사)도 수용하겠다. 이제 만족하시는가”라고 했다. 또 “원하는 대로 모두 수용해 드리겠다. 나는 마음을 비웠다”고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이 서로 양보를 했으니 두 사람이 다시 만나서 어떻게 할 건지 스스로 결정하라”고 말해 후보 간 최종 담판 가능성도 제기됐다.
● “단일화 ‘전쟁’ 되면 ‘유권자 단일화’ 실패”
두 후보가 릴레이 ‘양보 경쟁’까지 벌인 결과 멈췄던 실무협상은 재개됐다. 그러나 여론조사 실시 날짜와 설문 문항 등을 두고 또 다른 쟁점이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안 후보 제안대로 주말 여론조사를 하면 청년층 응답률이 높아져 안 후보에게 유리하다”면서 “여론조사 업체의 준비 시간까지 감안하면 주말 조사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후보 간 양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야권에서는 결국 단일화가 이뤄질 거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지지층 간 비방전 등으로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선 박진 의원은 “여권은 우리 후보에 대한 공세에 나서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단일화 늪에 빠져 손가락질하는 것은 (유권자 단일화 등에선) 실패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양측을 싸잡아 비판했다. 박진영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서울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막장 단일화의 막을 내려야 한다”면서 “지난 몇 개월 오로지 욕망의 밑바닥만을 보여줬다. 서울 시민 보기에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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