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분담으로 안보 동맹 굳건히 하는 ‘방위비 분담금’ |
방위비 분담금이란? 미군이 한국 등 동맹국에 군대를 주둔시키면서 발생하는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미국은 2차 대전 종전 후 1945년 8월 일본군 무장해제 등을 위해 진주했다. 1949년 6월 철수했다가 6·25 전쟁이 발발한 뒤 다시 들어온 뒤 줄곧 상당수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원래 한국에 진주한 미군의 유지 비용은 자체적으로 부담해 왔다. 한국과 미국이 1966년 ‘상위방위조약에 따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을 체결했는데 이 협정 5조는 미군 주둔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미군이 부담하는 것을 명문화됐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시설과 구역을 제공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미국이 1980년대 후반부터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즉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면서 동맹국에 부담 분담을 요구했다. 미국이 세계 경찰국가로서 자국 혼자 지고 있던 부담을 나누자고 한 것이다. 2차 대전 후 미국의 안전 보장 속에 경제 발전을 해 온 한국 일본 및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 국가들은 미국의 방위비 분담 요구를 수용했다. 한국은 1991년부터 방위비 분담금을 부담하고 있다. 이는 SOFA 5조 규정에 비추면 예외적인 사항이다. 매번 진행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이라고 부르는 것도 SOFA 협정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협정을 맺어 비용을 분담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SMA는 한 번 합의하면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간 유효했다. 트럼프 행정부들어 합의 된 2019년 10차 SMA는 이례적으로 1년 짜리였다. 지난해 다시 협정을 맺어야 했지만 결렬돼 올해 타결됐다. ‘동맹의 가치를 돈으로 계산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트럼프 행정부와 맺은 SMA 10차 협정은 △협정 유효기간 1년 △분담금 총액 첫 1조 돌파 △통상적으로 분담하던 항목 외에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 포함 시도 등의 특징을 남겼다. 올해 3월 합의한 11차 SMA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이 13.9%로 인상률로만 보면 역대 3번째로 높았다. 협상 유효 기간이 ‘1+5’로 올해 인상률 이후 5년간은 한국의 국방비 상승률에 연동해서 5년간 정해지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연평균 상승률은 6.1% 가량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슨 항목에 비용을 분담하나 안보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주둔하는 미군을 위해 한국이 제공하는 지원은 크게 직접 지원과 간접 지원으로 나눈다. 이중 간접 지원은 △주둔하는 부대 부지 제공 △부지나 시설의 사용료 면제 △각종 세금 감면 △공공요금 감면 △도로 항만 공항 이용료 면제 등 부대 유지에 필수적인 것들이다. 이는 미군 부대 첫 주둔이후 제공해온 것이자 협상 대상도 아니다. 직접 지원은 미군이 주둔해 운영되면서 지출하는 비용이다. 미국은 자국이 부담하는 미군의 봉급 등을 제외한 비용을 ‘비인적(非人的) 주둔비용(NPSC·Non-personal Stationing Cost)’라고 부른다. 미국은 주둔국이 NPSC의 50% 가량을 부담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에서 “한국의 분담율이 왜 100%가 되면 안되냐”고 한 것은 NPSC를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미군 봉급은 자국이 댈 테니 주둔에 필요한 다른 비용은 모두 내라는 것이었다. 한미 양국이 SMA를 통해 합의하는 직접 지원 항목은 크게 4가지다. 인건비, 군사 건설, 군수 지원 그리고 연합방위 증강(CDIP) 등이다. 인건비는 주한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임금이다. 지난해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분담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수개월간 무급 휴직을 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군사 건설은 막사, 환경 시설 등 비전투 시설 건축을 위한 현물지원이다. 군수 지원은 탄약 저장, 항공기 정비, 철도 차량 수송 지원 등 용역 및 물자지원이다. CDIP는 활주로 탄약고 부두 항공기 격납고 등 한미 양국이 공동 이용 가능한 순수 전투용 및 전투 시설 지원 사업이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직간접 지원 항목이 모두 논의되지만 SMA 합의가 필요한 항목이 협상에서 쟁점이 된다. 협상의 두 가지 방법: 총액협상과 항목협상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기 위해 진행하는 협상에서 한국과 일본은 차이가 있다. 한국은 제공하는 비용의 총액을 결정하고 합의가 이뤄지면 후에 별도의 협의를 통해 각 항목별로 금액을 배분한다. 이 방식은 미국에 제공하는 분담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되는 지 내역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4년 국회는 9차 SMA를 비준하면서 협상 방식이 적정한 지 연구하도록 했다. 당장 바꾸는 것은 아니어도 총액협상방식의 장단점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물가 상승으로 미군의 부담이 늘자 1970년대 중반부터 일부 항목의 비용을 분담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4년 빠른 1987년부터 미일지위협정(SOFA)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비용을 지불했다. 그후 1991년 공공요금, 1996년 미군 훈련장 이동 비용 등으로 확대됐다. 일본은 미군이 지원이 필요하다는 항목과 비용을 제시하면 이를 두고 협상을 벌이는 방식이어서 협상 단계에서부터 어디에 사용되는 지를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개별 사안별로 협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이견과 갈등 소지가 크고 협상이 복잡할 수 있지만 미일 양국간 협상에서 별다른 불협화음이 없었다. 항목별로 협상은 하지만 전체 총액을 고려해서 진행되는데다 일본이 미군이 요구하는 사항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 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방위비 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 미군의 주둔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미군 주둔에 따른 비용의 일부를 분담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위비를 분담해도 미국과의 안보 동맹으로 경제 성장과 발전에 집중할 수 있고, 안보에 투입되는 군비도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등 윈-윈의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둔국의 동맹에 대한 필요성의 정도와 주둔국의 역량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의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협상 방식은 동맹 관계의 성격에 대한 양국의 인식, 동맹에 대한 필요성, 한국이 한미 동맹 유지를 위해 얼마나 더 책임과 비용을 분담할 의지가 있는 지와 같은 보다 본질적인 요소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익을 최우선하면서 동맹의 가치를 동맹국으로부터 받아내는 금전으로 평가해 ‘용병 초강대국’이라는 비판에도 개의치 않은 것이야말로 동맹의 신뢰의 위기를 초래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문재인 정부들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한미 동맹 관계를 약화시키는 조치들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됐다. 2021년 11차 SMA 타결은 양국간 주요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타결하고 더욱이 5년간 유효하도록 함으로써 한미 동맹 관계를 다지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분담금 인상률을 수용한 것이 대북 정책에 대한 조 바이든 정부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면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런 점에서 높은 분담금 상승률의 11차 SMA 합의는 한미 동맹 관계에 양면적인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자룡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 참고 자료 박원곤,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을 위한 소고,” 『한국국가전략』, (2019). 박휘락, “한국과 일본의 대미 방위비 분담 비교: 분담금 협상 방식을 중심으로,” 『입법과 정책』(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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