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22일 시작되자마자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경쟁적으로 “내가 당선돼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며 ‘대선 킹메이커론’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야권 여론조사의 적극 응답자가 될 수밖에 없는 보수층 뿐아니라 현 정권에 실망해 돌아선 중도층까지 내년 대선 정권 교체를 위한 발판이 될 후보를 선택하면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야권의 대선 플랫폼은 나를 중심으로”
오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용적 중도우파의 가치를 지켜온 오세훈만이 문재인 정권에 분노하는 보수와 중도의 지지를 고루 받아 승리할 수 있다”며 “윤석열 김동연 홍정욱 금태섭 등 합리적 중도우파 인사들을 넓게 삼고초려 해서 든든한 개혁우파 플랫폼을 반드시 만들어내서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가 열거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은 모두 국민의힘 당적이 없는 제3지대 야권 지도자들로, 자신이 ‘정권교체를 위한 범야권 플랫폼’이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회의에서 “우리 정치사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선거란 것을 국민들께서 인식하시고 이 정부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내려달라”고 정권심판론을 강조했다.
안 후보도 비슷한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야권 지지층을 20대, 30대, 중도층, 무당층까지 확장시켜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할 유일한 후보”라며 “2번(국민의힘)이든, 4번(국민의당)이든 모두 더 큰 2번일 뿐이다. 선거 후 더 큰 2번을 만들어야 정권교체의 길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오 후보의 ‘우파 플랫폼’에 맞서 ‘더 큰 2번’ 프레임을 내세우면서 자신이 강조해왔던 국민의힘 국민의당 뿐아니라 윤 전 총 등과의 대선을 위한 야권통합 신당론을 다시 띄운 것.
두 후보가 대권 플랫폼 구축을 경쟁적으로 언급하고 나선 배경에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의혹 파문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정권심판 여론이 있다. 한국갤럽이 9~11일 실시한 조사에서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8%로 역대 최고치(갤럽 조사 기준)였고,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0%로 집계됐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 오프라인 백병전 VS 온라인 고공전
오 후보는 이날 단일화 여론조사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 강남 지역을 누비는 ‘뚜벅이 투어’를 진행하면서, 국민의힘 차원에선 국민의당에 비해 우세한 조직력을 최대치로 가동시켰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서울시 당협위원장들에게 재경향우회, 동창회 등 가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모두 가동해 오 후보를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단일화 경선 여론조사가 시작된 직후 책임당원들에게 “우리 당이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하기 위해 오 후보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반면 안 후보는 이날 11시와 12시 보수 성향 유튜브에 잇달아 출연하는 등 온라인 활동에 집중했다. 국민의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민의당의 조직력을 온라인을 통한 ‘고공 플레이’로 만회하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국민의당 지도부도 21일 밤과 22일 오전 각각 당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안 후보에 대한 지지를 강력하게 호소했다.
안 후보는 또 다른 후보들과 달리 자신이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후보임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이날 한 유튜브채널에 출연해 “나는 무결점 후보다. 부동산이 없다. 그래서 도쿄에 아파트 가진 아줌마는 충분히 상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지칭한 것으로 박 후보는 도쿄 아파트를 지난 2월 처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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