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외치지만 오세훈에 얼굴 굳는 與…“훨씬 치열한 싸움 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단일화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3.23 © News1

23일 보수 야권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바라보는 여권의 심경이 복잡하다.

내곡동 땅 투기 의혹 등으로 오 후보를 공격할 포인트가 많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제1야당의 조직력이 부담된다는 기류도 포착된다. 투표율이 낮은 재보궐 선거에서는 어느 진영이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많이 끌고 나오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1야당 후보가 전면에 나서면서 야권의 정권심판 구도가 보다 선명하게 먹혀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뜩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투기 국면으로 여권이 코너에 몰린 상황이어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단일화 실무협상단은 이날 오전 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의 단일화 여론조사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오 후보를 단일 후보로 확정했다.

보수 야권의 단일 후보가 결정됨에 따라 이번 서울시장 보궐 선거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 후보 간의 일대일 대결 구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그간 민주당은 오 후보의 승리를 예상한 듯 내곡동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집중 공세를 펼쳐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가 불거진 가운데 오 후보의 투기 의혹을 재점화해 판세를 흔들어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도 내곡동 투기 의혹에 대한 오 후보의 해명에 대해 “오 후보의 거짓말 스무고개가 점입가경”이라며 “오 후보의 거짓말을 입증할 증거 자료를 차고 넘친다. 자신의 말 바꾸기, 거짓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다운 거짓말 정치”라며 “MB의 거짓말 국정농단은 한 번이면 족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오 후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 야권의 단합을 경계하는 기류가 적지 않다. 박 후보, 오 후보 간 대결 구도에서 대립각을 세우기는 쉽지만 ‘정권심판론’을 앞세운 국민의힘의 조직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오 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되면서 훨씬 더 치열한 싸움이 됐다”며 “한편으로는 저쪽(오 후보)이 흠이 많은 후보여서 싸우기는 훨씬 좋지만, 국민의힘도 조직력이 상당해 힘든 상대인 건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단일화 작업에서도 그렇지만 (후보의) 인기와 실제 조직된 투표 행위는 다르다. 특히 보궐선거는 누가 투표장에 많이 가냐에 따라 승부가 난다”며 “우리가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지지층이) 투표장에 안 오면 끝이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또다른 당 지도부 관계자도 통화에서 “안 후보는 조직세가 약했지만 아무래도 오 후보가 국민의힘의 정당 후보라는 게 우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있다”며 “보궐선거가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아 조직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당의 속내를 반영하듯 민주당은 이날 보수야권 단일후보 확정 발표 직후 일제히 내곡동 투기 문제를 언급하며 ‘오세훈 때리기’에 나섰다. 오 후보가 자신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양심선언이 있다면 후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안민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본선에 나올 수 있게 됐으니 ‘MB 찐 아바타’ 오 후보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내곡동 땅 셀프 보상을 몰랐다는 것이 거짓말이면 사퇴한다는 약속은 유효한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관계자도 통화에서 “오 후보가 내곡동 문제로 발언한 내용들이 사실상 두고두고 큰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며 “결국은 양심선언이 정말 나온다고 한다면 (오 후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오 후보의 투기 의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면서 ‘인물론’으로 선거 승리를 가져가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의 전략은 인물론이다. 오 후보는 낡고 무책임한 전임 시장”이라며 “(서울시장은) 일 잘 할 사람을 뽑아야지, 10년간 대권놀음하고 정치 싸움한 사람이 시장이 되어야 하겠냐”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