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실패한 시장” “무능정권 심판”…박영선-오세훈 난타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3일 17시 30분


“구도는 확실해졌다. (오 후보처럼) 낡고 실패한 시장이냐, 서울의 미래 박영선이냐의 구도다.”(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무능하고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는 길에 내가 앞장서겠다. 어제까지 (단일화 싸움에서) 어디에 있었는지는 깨끗이 잊자.”(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선출되면서 여야가 일대일로 맞붙는 본선 대진표가 D-15일인 23일 비로소 완성됐다. 경쟁구도가 명확해지자 양측은 이날부터 치열한 난타전을 시작했다. 국민의힘과 오 후보는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보수 지지층과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중도층을 집결시키는 전략을, 박 후보는 오 후보 개인에 대한 검증과 여권 지지층 결집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 ‘정권 심판론’으로 범야 결집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단일화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환한 표정으로 답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단일화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환한 표정으로 답하고 있다.
오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권 심판’이라는 표현을 5차례나 써가며 “정권 교체를 위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오 후보는 “단일화로 정권을 심판하라는 시민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을 반드시 받들겠다”며 “깨어있는 시민들로부터 무서운 심판의 철퇴가 내리쳐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단일화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향해서도 “단일화 전투에서는 대결했지만 정권 심판의 전쟁에서는 내 손을 꼭 잡아 달라”며 중도층 확장을 위한 발판을 다졌다. 특히 보선 뒤 ‘대선 플랫폼’에 함께 할 대상으로 밝힌 바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금태섭 무소속 전 의원 등을 향해 “오늘부터 간곡하게 도움을 달라고 요청 드리겠다”며 “성심을 다해서 삼고초려를 시도해 보겠다”고 했다. ‘정권 심판’이라는 명분 하에 제3지대에 있는 중도층을 향해서도 적극적인 구애에 나선 것이다.

반면 오 후보는 내곡동 땅 특혜 수용 의혹 등 자신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파상공세를 펼치는 민주당에 대해 거친 표현을 써가며 의혹의 조기 차단에 나섰다. 그는 “터무니없는 흑색선전에 동요하지 않는 서울시민들의 반응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의 재난지원금 디지털 화폐10만 원 지급 공약에 대해 “신종 돈봉투 선거로 표를 돈으로 사겠다는 파렴치하고 몰지각한 행위”라며 “시민의 자존심이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을 확신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직 선거, 흑색선전, 인기 영합주의적 선거의 삼각파도가 몰아치고 있다”며 “어떠한 거대한 조직도 분노한 민심을 이길 수 없음을 깨우쳐 달라”고 호소했다.

● “MB 아바타” 吳 검증 공세 박영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시장 후보가 17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 금나래 중앙공원에서 금천구 지역발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안철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시장 후보가 17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 금나래 중앙공원에서 금천구 지역발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안철민
박 후보는 오 후보로 야권 단일화가 이뤄진 데 대해 “예상했던 일이라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고 있다”며 “MB(이명박 전 대통령)를 똑 닮은 후보가 선정돼 두 손 불끈 쥔 상황”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회견장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공동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상대) 후보가 결정됐기 때문에 머리가 좀 맑아지는 느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오 후보의 내곡동 투기 의혹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오 후보는 말을 세 번째 바꿨다. 계속해서 말을 바꾸는 게 MB를 연상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오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지자마자 당 차원에서 총력전에 나섰다. 민주당 김태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오 후보의 거짓말 스무고개가 점입가경”이라며 “오 후보는 어설픈 말 바꾸기로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MB 아바타다운 거짓말 정치”라고 했다. 민주당 중앙선대위와 박 후보 캠프 측은 이날 이례적으로 10건의 논평 및 브리핑을 쏟아내며 오 후보를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강경석기자 coolup@donga.com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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