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조기 등판론이 나오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 전 총장이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지원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서 비롯한 것이다.
윤 전 총장 측은 “3, 4월 특별한 활동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보궐선거 이후 야권 재편 움직임 등을 살피면서 당분간 칩거 모드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 전 총장이 선거 기간 침묵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오 후보가 여러 경로로 지원 사격을 요청할 경우 수수방관할 수 없는 정치적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오 후보는 단일화 과정에서부터 구애에 나섰다. 그는 3월 11일 “(윤 전 총장과) 모종의 의사소통이 시작됐다. 단일화 후 얼마든지 서로 만나볼 수도 있고 협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처지에서도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정치 무대에 조기 등판할 유인이 있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서 본인의 득표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야권은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며 ‘정권심판론’을 내걸고 있는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이 힘을 보탤 경우 ‘친문(친문재인) 대 반문(반문재인)’ 대결 구도가 더욱 선명해질 수 있다.
여야 모두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는 윤 전 총장으로선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위상을 공고히 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尹, 사회 현안 메시지 낼 수도
윤 전 총장이 정치적 리스크를 안고 선거운동에 직접 뛰어들기보다 주요 현안에 대해 메시지를 내는 형태로 오 후보를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3월 10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이 나라 발전의 원동력은 공정한 경쟁”이고 “공정해야 할 게임 룰조차 조작되고 있어 아예 승산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엄벌되는 걸 만천하에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3월 19일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자택을 찾아가 2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사퇴 후 외부 인사를 만나 조언을 구한 것은 처음으로, 사실상 정치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인사는 “여권과 정면 승부를 펼쳐야 하는 야권으로선 윤 전 총장의 참전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며 “윤 전 총장이 어떤 형태로든 선거에 개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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