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4·7 재보궐 선거의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간 13일간의 치열한 전략 싸움도 막이 올랐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여야 두 수장 간 자존심 대결이자 각자의 다음 정치 행보까지 결정지을 벼랑 끝 수 싸움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파문 등으로 인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이 위원장은 선거운동 첫날부터 ‘읍소 전략’을 본격 꺼내들었다. 조직 총동원을 통한 ‘집토끼’ 지키기와 함께 ‘도와달라’는 호소로 흩어진 중도층과 지지층의 민심을 되찾아오겠다는 것. 반면 서울 25개 구청장 가운데 24명, 109명 서울시의회 의원 중 101명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 맞서야하는 김 위원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수차례 “서울 선거는 바람이 조직을 이긴다”고 강조했다.
● 이낙연, ‘호소’로 결집 시도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는 제목의 반성문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민주당은 절박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을 뵙겠다”며 “잘못은 통렬히 반성하고 혁신하며, 미래를 다부지게 개척하겠다”고 적었다. 그 동안 ‘보병전’까지 언급하며 조직 총동원령을 통한 지지층 결집을 당부한 데에 이어 남은 2주 간은 호소 전략으로 흔들리고 있는 중도층과 지지층의 표심 되찾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출신인 고민정 윤건영 의원과 친문(친문재인) 성향 김종민 최고위원 등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각자 페이스북에 사과 메시지가 담긴 동영상을 올렸다. “파란색이 미운 당신, 그 마음 쉽게 돌릴 수는 없겠지만 파란색 정부가 남은 기간 힘을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읍소하는 내용이다.
이날 이 위원장이 최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두둔하는 메시지로 논란을 일으킨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향해 “신중했으면 한다”고 공개 질타한 것도 이 같은 반성 모드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이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임 전 실장의 발언이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이 국면에서는 후보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박 후보 유세 출정식 자리에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것은 정부와 싸움만 하면서 1년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일만 해도 모자랄 판에 서울시를 어떻게 만들겠단 것인가”라고 야당의 정권심판론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 ‘정권심판 바람몰이’ 나선 김종인
김 위원장은 서울선대위 회의에서 “우리 당이 현재 최고의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다”며 “오 후보 지지율도 박 후보에 비해서 한 20%(포인트) 가까운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평소 여론조사를 두고 “신경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여온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수치까지 언급하면서 ‘정권심판 바람몰이’에 나선 것. 김 위원장은 덕수궁 대한문 앞 유세에서도 “오 후보를 당선시키고 내년 정권교체를 하면 잘못된 조세정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약속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울 선거는 바람의 선거”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사례로 2006년 ‘꼬마 민주당’ 시절 자신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치렀던 서울 성북을 보궐선거를 자주 언급했다. 이 선거에서 민주당(9석)의 조순형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뒤쳐졌지만,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152석)과 제1야당인 한나라당(121석) 후보를 모두 물리치고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김 위원장은 “모두가 조순형이 진다고 했지만, 여당에 대한 심판 여론 등으로 조 후보의 바람이 이겼다”고 강조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당 조직을 총동원해 선거를 치렀지만, 선거구 4곳에서 모두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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