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횡단’ 오세훈, ‘스팟 공략’ 박영선…동선에 이야기가 있다

  • 뉴스1
  • 입력 2021년 3월 26일 16시 32분


4ㆍ7 재보궐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오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각각 선거유세를 펼치고 있다. 2021.3.25 © News1
4ㆍ7 재보궐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오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각각 선거유세를 펼치고 있다. 2021.3.25 © News1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전이 ‘유세 동선’에서도 정반대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오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부터 하루 8~9개 지역구를 종횡무진하는 ‘대장정’에 나섰다. 박 후보는 하루 2개 지역구를 구석구석 훑으며 민심을 파고드는 ‘스팟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 후보는 이날 강서구를 시작으로 양천구·구로구·용산구·종로구·중구·송파구·강동구를 ‘W자 동선’으로 서울을 횡단했다. 전날(25일) 은평구·중구·중랑구 등 서울 동북권을 ‘V자 동선’으로 공략했다면, 둘째 날에는 서남권과 동남권 민심을 겨눈 셈이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회는 유세 동선에 대해 “첫날에는 ‘승리’(Victory)에 대한 다짐을, 둘째 날에는 ‘경이로운(Wonderful) 서울’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오 후보가 선거운동을 ‘대장정’ 콘셉트로 구성한 것은 야인(野人)으로 머물러야 했던 ‘10년 공백’을 메우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오 후보가 10년 전 잘못을 결자해지하겠다는 생각으로 많은 시민을 만나려는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며 “체력이 허락하는 한 지금의 강행군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는 지난 23일 야권 단일 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년을 무거운 심정으로 살았다”며 “다시 뛰는 서울시로 보답하겠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선거운동 첫날 목이 쉬었지만, 둘째 날에도 확성기 없이 ‘목청 유세’를 이어갔다.

반면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에 머물며 지역 각계각층을 세심하게 공략하는 유세 동선을 짰다. 전날에는 지역구인 구로구와 영등포를 찾았다. 다수의 지역구를 돌기보다 시민과 만나 메시지를 전하는 ‘소통’에 승부수를 건 모습이다.

박 후보는 이날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대학생들을 만나 고민을 청취했다. 중국어를 전공한다는 한 학생이 “졸업하고 뭐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자, 박 후보는 “지금은 뭐할지 잘 모를 때다”라고 격려했다. 캠퍼스에서 마주친 시민들과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는 모습도 연출됐다. 전날에는 300장이 든 명함통을 5개나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서울시장 선대위 관계자는 “권역별로 유세를 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각 지역에 필요한 정책과 메시지를 전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정반대의 유세 동선에는 각 후보의 성향과 메시지가 숨어있다고 본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박 후보는 ‘디테일’에 강점을 둔 선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한 지역에 머물며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경청과 겸손함으로 민심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 후보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야인으로 있었기 때문에 바람을 일으키며 큰 판으로 선거운동을 이끌어가는 것이 효율적이다”라며 “각 후보의 성향과 공약, 정치 본능이 서로 다른 유세 동선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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