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경기 하남시 망월동 894-6. 텅 빈 땅 한가운데에는 흙을 담은 자루와 시멘트, 벽돌 등이 쌓여 있었다. 넓게는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고 주위로는 신축 연립빌라들이 들어선 주변 풍경과는 대조적이었다. 인근 주민은 “땅 주인을 본 적이 없고, 공사를 하고 있는 땅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십억 원대 재산을 소유한 서울시 구의원들이 수도권 일대의 토지 개발 예정지나 그 인근 땅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다주택 소유자가 택지지구를 분양받아 시세 차익을 노리고 땅을 묵혀두는가 하면, 총 36명이 소유하고 있는 개발 예정 토지의 지분을 쪼개 매입하거나 초등학생 아들 명의로 신도시지구 인근 임야 지분을 소유한 사례도 있었다.
강동구의회 A 의원은 2015년 7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경기 하남시 망월동의 주택용지 356.1m²를 분양받아 배우자와 함께 매입했다. 정부가 2009년 5월 지정한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인 하남 미사지구에 포함된 이곳은 당시 택지 조성사업이 진행 중이었다. 해당 사업은 2018년 초 완료됐지만 A 의원은 현재까지 약 3년간 해당 토지에 건물을 짓지 않고 비워둔 상태다.
이 일대에서는 A 의원의 토지 외에도 빌딩 사이로 공지(空地)가 듬성듬성 눈에 띄었다. 인근의 한 부동산업자는 “아직까지 건물을 짓지 않고 있는 토지들은 투기 목적으로 주택용지를 분양받아 땅값이 오르면 팔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사업 완료 이후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는 2018년 m²당 197만6000원에서 2020년 272만6000원으로 올랐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현재까지 해당 토지 가격이 약 2억7000만 원 상승한 것이다.
A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미사지구 내에 공장용지 목적으로 매입해뒀던 땅이 수용되면서 해당 토지 보상과 함께 주택용지 분양 선택권이 주어졌다”며 “집을 지어 노후에 거주할 생각으로 매입했는데, 건축 비용이 10억 원 가까이 든다고 해 (건축비가) 없어서 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5일 공개한 ‘2021년 정기 재산변동 신고사항’에 따르면 A 의원은 현재 이곳 토지 외에도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에 아파트 4채를 소유한 다주택자다. A 의원은 서울시 전체 구의원 417명 중 재산공개 액수가 상위 5위 안에 든다.
A 의원과 함께 5위 안에 포함된 강동구의회 B 의원은 2015년 10월 경기 남양주시의 1107m² 규모 토지 지분 중 약 20m²를 4000만 원에 매입했다. 이곳은 남양주시가 2007년 11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해 개발사업이 예정된 곳으로, 현재 B 의원을 포함해 총 36명이 지분을 쪼개 소유하고 있다. 26일 오후 이 토지에는 2층 높이 상가 건물에서 식당 한 곳과 세탁소 한 곳만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낡은 건물 곳곳의 외벽이 뜯기고 2층은 텅 비어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이곳 상인은 “땅 주인은 30명도 넘는다고 들었는데 얼굴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재개발이 된다고 해서 아무도 건물을 고칠 생각을 안 한다”고 했다.
재산 순위 상위 10위 안에 든 서초구의회 C 의원은 3기 신도시지구 예정지와 약 2km 떨어진 과천시 문원동의 임야 지분 절반을 2015년 9월 5500만 원에 매입했다. 5개월 전 C 의원의 부친은 해당 토지 지분 절반을 4800만 원에 먼저 매입해 당시 6세이던 C 의원의 아들에게 증여했다. 이곳은 나무가 우거진 산지인 데다, 도로와도 거리가 멀어 접근하기조차 힘든 땅이다.
C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어 생태학습장으로 만들 목적으로 매입했다”면서 “주변에 빌라 등이 들어서면서 접근하기 어려워 토지를 이용하지 못했다. 투기 목적으로 매입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파주=오승준기자 ohmygod@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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